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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 to 고척] 투구 수 제한에 울고 웃은 영국과 이스라엘
입력 2016-09-23 12:22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뉴욕) 김재호 특파원] 23일(한국시간)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영국과 이스라엘의 경기는 투구 수 제한 규정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WBC는 선수 보호를 이유로 투구 수 제한 규정이 있다. 한 경기에서 85개 이상 던질 수 없으며, 50개 이상 던지면 최소 4일 휴식, 30개 이상 던지면 최소 하루 휴식을 취해야 한다. 투구 수가 적더라도 3일 연투는 금하고 있다.
이는 WBC가 주로 시즌 준비 기간인 3월에 열리기 때문에 도입된 규정이다. 이번 예선은 마이너리그 시즌이 끝난 뒤인 9월에 열리고 있지만, 역시 이 규정을 동일하게 적용했다.
이날 경기는 이 규정이 희비를 갈랐다. 영국은 선발 마이클 로스의 호투를 앞세워 7회초까지 이스라엘에 2-1로 리드를 가져갔지만, 로스의 투구 수가 78개에 달하면서 6회까지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결국 영국은 뒤이어 마운드에 오른 불펜 투수들이 무더기로 실점하며 2-5로 역전패를 허용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선발 제이슨 마퀴스의 투구 수를 41개로 아끼면서 이틀 뒤 열릴 가능성이 있는 준결승에 대비했다. 두 번째 투수로 나와 6개 탈삼진을 잡은 조시 자이드도 48개를 던지고 내려와 하루만 쉴 수 있게 됐다.
제리 와인스타인 이스라엘 감독은 "우리는 대회 전체를 이기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며 투수들의 투구 수를 규정에 맞게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신시내티 레즈에서 방출된 뒤 올해를 소속팀 없이 보냈던 이스라엘 선발 마퀴스는 "브레이킹볼이 날카롭지 못했지만, 공 하나하나 계획대로 던지는데 집중했다. 경험을 활용해 예전 모습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하며 "느낌은 좋았지만, 팀이 나를 더 필요로 했기 때문에 등판을 멈췄다. 일요일(결승전이 열리는 날)에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영국 선발로 나선 로스는 불만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투구 수 제한에 대비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였다.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공격했다. 패스트볼을 많이 던졌고, 우타자에게는 커터를 사용했다"며 이날 투구에 대해 말한 그는 "운이 없었던 것은 투구 수 제한이 있었다는 것이다. 7회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모른다"며 힘이 남아 있음에도 마운드를 내려가야 하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모두가 국가대항전 야구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전까지는 우리는 국가대항전을 진지하게 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을 이은 그는 "나는 26살이고, 내 일은 공을 던지는 것이다. 우리는 프로 야구 선수들이다"라며 다시 한 번 투구 수 제한 규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리암 캐롤 영국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 뛰면서 즐기는 모습을 봤다. 로스는 세계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계속해서 열정을 갖고 이기는 경기를 위해 노력하며 즐기면 괜찮을 것"이라며 남은 일정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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