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 이후 예약이 없습니다.”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공무원들이 자주 찾는 SFC서울파이낸스센터 지하에 있는 한 일식당은 지금 ‘초상집 분위기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는 28일 이후 예약율이 ‘0%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법은 공무원과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에게 1인당 3만원이 넘는 음식 대접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 식당의 1인 코스 메뉴는 최하 5만9000원이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고급 식당들 뿐만 아니라 골프장들도 김영란 법 여파로 ‘예약 절벽에 직면했다. 김영란법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골프장은 서울에서 1시간 안팎 거리의 이른바 ‘명문 골프장이다. 몇몇 골프장에서는 9월 주말 최대성수기를 맞아 100% 예약을 기록했지만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첫 주말인 10월 1일은 20% 가량 예약이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재적 수요를 파악할 수 있는 ‘부킹 대란이 줄어들었다는 것도 주목할 일이다. 수도권 한 골프장 대표는 10월 1일 부킹에 대한 민원이 지난해보다 확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영란법 한파(寒波)가 집중적으로 몰아닥친 외식업소는 접대에 적합한 룸 비중이 높은 고급 일식당과 한정식집 등이다. 생선과 야채 등 신선 재료비 가격이 높아 대부분 저녁 식사비가 5만원을 넘기 때문이다.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더 매출 타격이 심각해 폐점을 고려하는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룸만 22개 운영하는 일식집 A는 28일 이후 저녁 예약이 전혀 없어 한 숨을 쉬고 있다. 이 식당은 3만8000원짜리 코스 요리와 10만원대 사시미를 주로 판매해와 모두 김영란법 기준을 넘어선다.
저녁 사시미 코스를 주로 선보이는 서울 청담동 정통 일식집 B의 예약율도 10%대로 급감했다. 높은 임대료와 횟감 재료비, 요리사들 인건비 등 고정비를 고려하면 3만원 이하 메뉴를 내놓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업종 전환을 검토중이다. 이 식당 관계자는 정통 일식집은 저녁 사시미 코스가 오래 전부터 정착돼 가격 인하가 어렵다”며 일본식 인기 주류인 사케는 한 병에 4만~8만원 정도여서 그 술만 먹더라도 법 기준을 넘어버린다”고 한탄했다.
[전지현 기자 /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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