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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W` 송재정 작가 "작품은 제 뜻대로 굴러가…과대평가 두렵다"
입력 2016-09-20 13:07  | 수정 2016-09-20 13:34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W'를 집필한 송재정 작가가 치열했던 작업 과정을 회상하면서 배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MBC드라마 'W'는 현실 세계의 여의사 오연주(한효주 분)가 웹툰 속 주인공 강철(이종석)을 만나 펼친 로맨틱 서스펜스 드라마다. 지난 7월 첫 방송한 이 작품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면서 지난 14일 종영했다.
'W'에서는 강철이 오성무 작가가 만든 웹툰이 자신의 세계라는 것을 깨달았고, 작가의 '설정값'에서 벗어나 '자유의지'로 현실과 웹툰 속을 오갔다.
오성무(김의성)가 웹툰 속에서 죽음을 맞게 된 뒤 오연주와 강철이 현실에서 만나는 장면으로 끝 맺은 'W'는 종영 이후에도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송 작가는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MBC M라운지에서 열린 'W' 기자간담회에서 "작업실에 2달 동안 있다가 나왔다.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사실 어리바리하다"며 "과소평가보다는 과대평가 받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첫인사를 전했다.
다음은 송 작가의 일문일답이다.
-오성무가 죽으면서 엔딩을 맞았다.
"오성무의 죽음은 나의 죽음이었다. 참회록이다. 오성무 작가의 구상은 회화에서 시작됐다. 순수 미술을 하는 광적인 화가에서 출발했다. 고야의 그림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인물 자체에 쏟는 미안함이 있다. 등장인물을 죽일 때도 힘들다. 싸그리 잘라냈을 때의 고통과 죄책감이 있다. 오성무가 죽을 때에도 마음이 아팠다."
-엔딩이 아쉽다는 시청자도 있다.
"저는 작품 엔딩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관심 없이 엔딩을 냈다가 욕을 많이 먹기도 했다. 요즘에는 생각을 많이 하려고 애쓰고 있다. 'W' 등장인물들이 '시간이 지나 해피엔딩이 될 것'이라는 암시정도로 끝난 것이라고 본다. 시청자들이 개운치 않더라도, 그 이상의 엔딩을 낼 수는 없었다. 강철이 죽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W' '나인' 등 차원이동물을 주제로 작품을 썼다.
"시트콤을 하다가 드라마 작업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새로운 장르를 해보고 싶었다. 특이한 것을 하고 싶어서 드라마 작업을 시작했다. 차원이동물을 하면 굉장히 극적인 상황들을 연출할 수 있다. 생사에 쫓기기도 하고, 첩보원처럼 갑자기 날아다닐 수도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극적인 상황을 겪게 되는 것이 가능하다."
-'W' 이후 차기작 계획은 있는가.
"'나인' 끝났을 때는 관계자들이 '3부작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차원 이동물이 생각나서 지난해 'W'를 썼다. 차기작 아이템은 있지만, 지금 당장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너무 어두운 작품이다."
-작가와 작품 속 캐릭터의 관계는 어떠한 것인가.
"작가가 가장인물을 만들 때 부모 자식과 같은 느낌이다. '소유권이 있느냐, 조율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이 어렸을 때부터 많았다. 작품은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쓰기 시작하면 자기 마음대로 굴러가는 느낌이 있다. 20년 동안 글을 쓰다 결론을 낸 것은 '나의 창작품이 아니다'이다. 시작은 했지만, 내 작품이 아닌 것이다."
-마지막회 방송 전 'W' 대본을 공개했다.
"방송은 대중 친화적인 매체다. 대본집은 출판에 오래 걸린다. 방송은 당시가 지나면 잊히게 된다. 대본을 공개할 것이면, 작품이 뜨거울 때 하는 게 맞다고 봤다. 대본은 청소년 등 잠재적인 작가들에게 접근이 쉬워야 한다. 어린 친구들이 대본을 보면서 점차 긴 글을 쓰게 될 것이다."
-한효주가 연기한 오연주는 현실과 가상 사이에 있는 캐릭터였다.
"작가와 피조물의 갈등 속에서 가장 혼란이 오고 감정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 오연주 캐릭터였다. 오연주가 희생자 같아서 한효주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두 가지를 엮다보니 오연주가 힘들었다. 한효주가 너무 고생해줘서 감사했다."
-배우들과 작업한 소감이 궁금하다.
"배우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이종석은 만화처럼 생겨서 리얼리티를 구현해줬다. 1회를 본 뒤 '만화처럼 생겼다'고 느꼈다. 강철을 30살로 설정했지만, 마음은 저를 구현했다. 굉장히 노숙한 캐릭터다. 이종석이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아서 고마웠다. 연기에 대한 표현의 폭이 더 넓어졌을 것이라고 본다."
"한효주는 고된 역할을 잘해줬다. 뛰어다니고 우는 장면이 많았다. 감정 소모가 심했던 것이 미안했다. 두 배우가 편하게 로맨틱하게 연애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W' 시청률이 점차 하락하기도 했다.
"시청률이 나오는 날이면 아침부터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대중 지향적으로 작품을 썼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을 뿐이다. 저의 시청 패턴이 대중적이지 않았던 듯하다. 1회 편집분을 보고 성공할 것 같았다. 초반에 잘 만들어주셔서 흔들리지 않게 작품을 쓴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한다.
"과대평가가 된 것 같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당분간 숨어서 지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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