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나무 제선충 '엉터리' 방제…7억원 사업비 빼돌린 산림법인
입력 2016-09-20 09:41 
소나무 재선충 / 사진=연합뉴스
소나무 제선충 '엉터리' 방제…7억원 사업비 빼돌린 산림법인


국고 보조금과 지자체 예산으로 시행하는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사업이 무자격 산림법인을 통해 엉터리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허위법인 설립, 작업량 부풀리기 등 방법으로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보조금을 빼먹은 혐의(사기 및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모 산림법인 대표 A(63)씨 등 4명을 불구속입건했습니다.

지자체가 발주하는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사업을 하려면 산림경영기술 1·2급 자격증 소지자를 갖춘 '산림법인'을 설립해 지자체에 등록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A 씨는 산림경영기술 자격증을 가진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대신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 이름만 빌렸습니다.


그는 이들을 실제로 고용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법인 등록신고를 했습니다.

A 씨는 자격증을 빌려준 사람들에게는 대여료 명목으로 매달 30~50만원씩 또는 1년에 100~200만원씩을 줬습니다.

경찰은 자격요건을 속여 만든 A 씨의 산림법인이 부실하기 짝이 없는 방법으로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사업을 수행한 뒤 사업비를 타냈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 산림법인은 2013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경남에서 7건의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사업을 낙찰받아 수행했습니다.

해당 산림법인은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자격증 대여자들을 실제로 작업에 참여한 양 허위서류를 만들어 발주 시·군에 제출했습니다.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사업은 라벨(표식)이 부착된 피해목 찾기→피해목 벌목 후 라벨과 벌목한 나무 함께 촬영→피해목 훈증처리 순으로 진행합니다.

경찰은 이 산림법인 소속 작업자들이 소나무 재선충에 걸린 나무를 벌목하지 않고 다른 나무에 붙어 있던 라벨만 떼어낸 후 이미 베어낸 나무 밑동과 떼어낸 라벨을 함께 촬영하는 방법으로 재선충 피해목 벌목 수량을 부풀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지어 작업자들은 같은 나무 밑동에 라벨만 바꿔치기한 뒤 각도를 바꿔 사진을 중복해 찍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 씨 산림법인은 낙찰받은 7건의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사업 중 2건은 수수료 5~10%를 제하고 다른 업체에 하도급을 주기까지 했습니다.

경찰은 이런 방법으로 A 씨 산림법인이 국고보조금 3억8천500만원을 포함해 7억5천500만원의 사업비를 챙겼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외에 다른 산림법인 대표 3명도 자격증만 빌린 뒤 허위 산림법인을 만들어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3건의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사업 낙찰을 받아 6억7천만원(국고보조금 4억2천500만원 포함)을 타내거나 입찰을 따내려 해당 지자체에 사무실이 있는 것처럼 꾸며 위장업체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이번에 경남 시·군에 한해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사업 비리를 조사했습니다.

경찰은 소나무 재선충병이 한반도 전역의 산림에 만연한 만큼 전국적으로 비슷한 비리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입건된 대표들은 "불법을 한 것은 맞지만 우리만 불법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전국이 다 그렇다"라고 항변했습니다.

경찰은 이들에게 산림 자격증을 빌려준 16명은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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