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로 역마진이 심화된데다 향후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자본확충에도 나서야 해 부담이 큰 생명보험사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마감한 PCA생명 인수전에서는 장부가인 3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본입찰에 응찰한 미래에셋생명과 중국계 자본 한 곳은 1500억∼2000억원 수준의 인수가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6월 말 기준 PCA생명의 총자산은 5조2628억원이다.
현재 생명보험업계 인수합병 시장의 최대 매물인 ING생명의 매각 작업도 계속 지연되고 있다. ING생명의 매각을 진행 중인 최대주주 MBK파트너스는 프로그레시브 딜(경매 호가 입찰) 방식으로 홍콩계 사모펀드인 JD캐피탈과 중국계 태평생명, 푸싱그룹, 안방보험 등 4곳 이상의 후보군과 한 달 넘게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보통 프로그레시브 딜이 2주 안에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기간이 길어지자 가격 협상에 난항을 빚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2013년 12월 1조8000억원에 ING생명 지분 100%를 인수해 회사가치를 키워 온 MBK파트너스는 최소 3조원 이상에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지난 5일 예비입찰에 들어간 KDB생명도 산업은행이 원하는 8500억원 수준의 가격을 제시할 매수자가 나타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인수합병 시장에서 생보사가 헐값에 매각된 사례는 이미 지난 4월 나왔다. 당시 독일 알리안츠그룹은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300만 달러(약 35억원)라는 헐값에 중국 안방보험으로 매각해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애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가격은 2000억∼3000억원 수준이었다.
알리안츠생명의 매각가가 낮아진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생명보험업계의 전망 자체가 밝지 않다는 부분이다.
우선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역마진이 심화해 생보사들의 재무적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는데다가, 과거 고금리 시절 금리확정형 장기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명보험사들 일수록 위기의식이 크다.
생보사는 보험료 적립금 중 확정금리 연 7% 이상을 적용해야 하는 규모가 무려 92조4000억원에 달해 이미 역마진에 노출된 상태다.
게다가 오는 2020년 보험업계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이 도입되면 과거 고금리형 장기 보험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명보험사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새 국제회계기준은 보험부채를 평가하는 방식을 원가에서 시가로 전환하는 내용이 골자인데, 이를 단순 적용하면 보험업권의 가용자본은 40조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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