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B급국가 전락 위기] 대학 자퇴하고 패션스쿨 선택한 조윤여 씨
입력 2016-09-19 16:44 
패션 디자이너 조윤여씨

이제는 대학 나왔다고 취직되는 세상이 아니잖아요. 졸업장에 연연하지 않고 하루라도 빨리 자기 전문성을 키우는 분야를 찾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조윤여 씨(24)는 3년전 2년간 다닌 지방 소재 국립 K대학 물리학과를 그만뒀다. 물리를 좋아해 수능점수에 맞춰 큰 고민 없이 진학한 학교였다. 1학년 1학기에는 성적도 잘 나왔고 대학생활도 즐거웠지만 본격적으로 어려운 전공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서 회의가 밀려왔다.
대부분 족보를 달달 외워서 시험을 보더라고요. 그대로 4년을 보내면 졸업장은 받겠지만 어디에 가서 뭘 전공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조 씨가 자퇴 후 선택한 새로운 진로는 ‘패션이었다. 다른 4년제 대학 패션디자인학과로 편입하는 것도 고민했지만 그는 학위인정이 안 되는 3년 과정의 패션스쿨에 들어갔다. 학원비는 오히려 대학 등록금의 배로 비쌌지만 4년제 대학을 다니고 또 다시 실무를 배우는 것보다 남는 게 있다는 판단이었다.
대학생은 방학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휴학도 많이들 하잖아요. 저도 좀 여유롭게 공부하고 싶어 전공만 바꿔 대학을 계속 다니는 방법도 고민해봤어요. 그렇지만 진로를 바꾸기로 결심한 이상 최대한 효율적인 코스를 밟아야겠다고 느껴서 철저하게 실무를 배우는 곳을 들어갔죠.”
충북 제천에 계신 부모님은 강하게 반대했다. 그래도 대학은 졸업하는 게 좋다는 권유에 조 씨는 일단 자퇴서 대신 휴학계를 제출하고 서울에 올라왔다. 처음 하는 디자인 공부라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재미를 느껴 하루 네시간만 자며 옷 만드는 일에 열중했다. 지난 2월 패션스쿨을 마친 그는 올해 초에는 중국에서 열린 ‘중국 대학생 입체재단 디자인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은상을 수상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는 어엿한 디자이너‘가 됐다. ‘게이트리스‘라는 여성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내년에는 자체 브랜드를 만든다는 계획도 세웠다.
패션계에도 유학파 위주로 학벌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긴 하지만 지금으로선 학위를 위해 더 공부할 생각은 없다. 이제 대학 졸업장이 주는 득·실을 고민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이제 100세 시대라고 하잖아요. 대학 나오고 취직해서 쉰 살쯤 다시 진로고민을 하는 것보단 일찍 기술배우길 잘한 것 같아요.”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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