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진 선박 화물, 하역해도 목적지 가는 데 최소 600억원
입력 2016-09-19 16:24 

정부와 한진해운이 일단 선박에 실린 화물을 항구에 내리는 데 집중하는 가운데, 화물을 최종 목적지까지 보내기 위해 화주들은 최소 600억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외국에 하역하는 컨테이너만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화물을 싣고 있는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은 69척이다. 정부와 한진해운은 이중 34척은 외국의 거점 항만에, 35척은 부산·광양항에 화물을 하역하기로 했다.
문제는 하역한 화물을 목적지까지 보내는 비용 부담은 화주 몫이라는 점이다. 한진해운과 정부의 합동대책 태스크포스(TF) 관계자들은 일단 선박에 실려 있는 화물을 항만에 하역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진해운 선박에 실려 있는 화물 중 외국 항구에 하역해야 할 컨테이너 수는 14만개로 추정된다고 합동대책 TF는 설명했다.
현재 한진해운 배에 실려 있는 화물들은 전산 시스템 상에서 목적지가 거점 항만으로 바뀐 상태다. 계약에 따라 육상운송까지 한진해운에 맞긴 화주들이 있지만 하역을 하는 데도 힘이 달린 정부·한진해운이 계약을 바꾼 것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목적지가 바뀜에 따라 최종 목적지까지 가지 못한 화물에 대해서는 운송료가 할인된다”고 설명했다. 합동대책 TF 관계자도 화주들 대부분은 화물을 빨리 항구에 내리는 게 급한 상황”이라며 일단 화주가 추가 비용을 부담한 뒤 한진해운에 클레임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클레임에 대해 한진해운이 보상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진해운은 항구에 내린 컨테이너를 최종 목적지까지 보내기 위해 육상운송업체와 컨테이너 1개당 406~1088달러에 운송 계약을 맺었다. 현재 육상 운송업체들은 한진해운으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해 운송을 거부하고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미수금을 치르고 컨테이너 14만개를 옮기려면 약 8376만달러(약 938억원)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대량 운송 계약을 체결하며 가격을 20~30% 할인받았다. 같은 할인을 적용받는다고 해도 화주들은 최소 636억원에 달하는 물류비를 부담해야 한다. 할인을 적용받지 못하면 화주들의 물류비 부담은 더 늘어난다.
한진해운의 자금력은 현재 선박에 실려 있는 물건을 하역하는 데도 빠듯하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 1개를 하역하는 데 지역에 따라 300~450달러(34~51만원)가 필요하다. 스테이오더를 승인받고 하역업체와 협상이 잘 돼 하역 작업을 시작해도 한진해운은 476억~714억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은 전·현직 대주주가 내놓은 500억원이 대부분이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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