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아랍어의 인기 비밀 ‘찍어도 3등급’ 황당

작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아랍어 시험에서 하나도 모르는데 찍어서 3등급 맞았다”. 글로벌 환경에 발맞춰 영어 이외의 기타 언어 교육을 목적으로 도입된 수능 외국어 시험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베트남어 아랍어 등 ‘소수 언어를 선택하면 공부를 안하고도 손쉽게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맹점이 나타나면서 수능 전체의 공신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 11월 수능을 치르는 2017학년도 수능 제2외국어 응시생 10명 중 7명이 아랍어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2017학년도 수능 응시원서 접수 결과에 따르면 제2외국어·한문 영역을 선택한 인원은 9만4359명이다. 이 가운데 6만5153명(69.0%)이 아랍어를 선택했다. 2015학년도 1만6800명에 불과했던 아랍어 선택 학생은 2016학년도 4만6822명으로 급증했다.
한 수험생은 아랍어에 대한 기본적 사교육만 거치면 1등급은 따논 당상이란 소문이 돌고 있어 응시생이 몰릴 것으로 일찌감치 예상했다”고 말했다.

특히 공교육에서 아랍어를 가르치는 학교는 전국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결국 제2외국어가 사교육을 부추기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랍어와 함께 손쉽게 1등급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던 베트남어는 지난해 1만6752명(18.4%)에서 올해 5193명(5.5%)으로 크게 줄었다.
베트남어 보다 아랍어가 좋은 등급을 받기 쉽다는 정보가 수험생들 사이에서 돌았기 때문이다.
A입시업체 대표는 명문대 진학 목적이라면 손쉽게 등급을 딸 수 있는 시험과목을 선택하는게 일종의 전략”이라며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응시 행태를 예측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교육부와 평가원 등 입시 당국의 문제”라고 밝혔다.
정작 실생활 활용도가 높은 중국어와 일본어 등 주요 제2외국어 응시비율은 떨어지고 있다.
작년 수능 응시생의 6.2%가 선택했던 중국어는 올해 5.5%로, 일본어는 같은 기간 9.1%에서 8.3%로 각각 하락했다. 이들 언어는 상대적으로 1·2등급의 고등급을 따기 어렵다.
올해 수능 사회탐구영역에서는 지원자의 58.3%(18만8061명)가 ‘생활과 윤리를 선택했다. 과학탐구영역에서는 ‘생명과학Ⅰ을 선택한 응시생이 60.3%(15만6733명)로 가장 많았다.
[문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