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신속한 갤럭시노트7 리콜 대응에 신뢰를 보냈던 외국인투자자들의 태도가 돌변했다. 갤노트7 사용중지 권고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집중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경쟁사 악재 속에 반사이익이 기대됐던 애플도 기대 이하의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12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6.98% 급락하며 지난 2012년 8월27일(-7.45%)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인 9일을 포함하면 10.9%나 떨어졌다. 지난 2일(2만7400여주)과 5일(2만3800여주) 순매수하며 삼성전자의 리콜 결정에 신뢰를 보냈던 외국인들은 급락세를 이끌었다. 크레딧스위스·모간스탠리 등 외국계 창구에서는 최근 2거래일 동안 7만여주 순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전량 리콜 후 신제품 교체로 마무리될 듯 했던 갤노트7 배터리 폭발 이슈는 사용중지 권고 움직임이 각국 정부기관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0일 삼성전자로부터 시작된 사용중지 권고는 현재 미국 연방항공청과 소비자 안전위원회·유럽 항공안전청·일본 국토교통성 등 국가 기관에서 글로벌 항공사들까지 확대됐다.
사용중지 확산 흐름이 불러올 1차 손실은 신제품 교환 비용 증가에 따른 실적 하락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20여개 증권사가 제시한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리콜 전 8조2326억원에서 리콜 후 7조8224억원으로 수정됐다. 실적 감소분이 5000억원 안팎으로 크지 않았던 이유는 리콜 비용을 전량폐기 후 재생산이 아닌 수리 후 정상판매 방식으로 추산했기 때문이다. 100만대 중 불량 배터리 탑재 제품은 극히 일부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던 것. 업계에서는 수리 후 정상 판매 비용을 4000~8000억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전량 폐기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손실추산도 커지고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2배 안팎으로 크게 늘어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갤럭시노트7 판매 원가를 대당 500~550달러로 계산시 출하 물량 250만대의 리콜 비용은 약 13억달러 안팎으로 추정된다. 완제품 재고와 배터리 부품 재고에 대한 재조립 및 폐기 비용이 약 1억 5000만~3억 5000만달러 수준으로, 총 리콜 비용은 14억 2000만~17억 5000만달러(1조9400억원)까지 확대된다. 외국계 증권사인 노무라는 지난 9일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을 8조4000억원에서 7조5000억원으로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제품 신뢰도 하락으로 예상되는 판매량 감소도 불안요소다. 특히 최대 판매처인 북미 시장 내 정부 기관들의 적극적 사용중지 권고로 경쟁사 애플을 염두에 둔 스마트폰 보호무역 주의가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각국 정부기관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면 판매사 입장에서 사용중지에 나설 수 밖에 없고 이것이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갤노트7 판매량을 1200만대에서 리콜 및 사용중지 권고 이후 900만대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삼성전자 악재에 편승할 것으로 기대됐던 애플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신제품 출시 호재까지 겹치며 상승세가 기대됐으나 신제품 ‘아이폰7에 대한 시장의 미지근한 반응에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애플은 전 거래일 대비 2.8% 하락한 105.5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9일에도 2.3% 하락하며 103.1달러까지 빠졌다. 애플은 신제품 판매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로 출시 첫 주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7이 혁신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면서 갤노트7의 대체재가 될 것이란 인식이 약해졌다”며 오히려 갤노트7에 비해 스펙에서 밀리지 않는 중국의 하이엔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 쪽으로 수요가 일부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건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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