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정은 은신처, 美도 잘 모르는데 추적·제거?” 軍대책 실효성 비판
입력 2016-09-12 16:36 
북한이 5차 핵실험을 단행한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인 임호영 중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 군이 공개한 ‘대량응징보복을 두고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군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기 전에 미사일과 특수부대를 투입해 김정은 등 북한 수뇌부를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은 북핵이 당장 눈앞의 위협으로 부상했음에도 군의 대응 계획은 구체성과 준비 부족을 드러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군은 지난 9일 ‘북한이 핵무기로 위해를 가할 경우, 북한의 전쟁지도본부를 포함한 지휘부를 직접 겨냥해 응징·보복하는 체계 즉 대량응징보복(KMPR) 작전 개념을 전격 공개했다. 군은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와 함께 우리의 독자적인 능력임을 강조했다.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군사작전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인데 여기서 실효성에 의문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련 연구소의 전문가는 12일 김정은이 전쟁을 준비하겠다면 지하로 숨어들 것”이라며 미군도 쉽게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고 우리 독자적으로 얻을 정보는 더욱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북한은 수십년간 전쟁을 준비해왔다”며 전시 지휘부를 감시 추적해 단시간 내 제거하겠다는 것은 환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군의 관계자는 물론 김정은을 찾기 어려울 수는 있겠으나 현재 상태에서 최선의 방안”이라고 해명했다. 홍규덕 숙명여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감시정찰정보(ISR) 능력을 더 갖출 수 있도록 국방예산의 우선순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국방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재정당국 등 정부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말했다.
김대영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북한은 핵으로 위협하고 있는데 우리 군은 재래식 전력만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은 궁여지책”이라며 (개념부터)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재래식 전력으로 선제 공격을 했다가 실패를 하면 북한은 핵으로 반격할 것”이라며 전술핵을 한미가 공동 사용하도록 하고 우리 공군기에 장착하는 방안이 있다”고 제안했다.
미사일로 공격하는 방법과 함께 지도부에 대한 특수암살제거 작전을 벌일 수 있는 ‘한국판 레인저 부대를 투입한다는 계획도 군은 제기했다. 올해 초에도 미 육군 특수전부대가‘참수작전을 훈련하기 위해 방한하는등 북한에 대한 군사적 수단으로 적극 고려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군은 특수부대를 은밀하게 침투시킬 수 있는 수송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의 설익은 발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북한 핵실험에 대응해 무력시위의 일환으로 계획됐던 미 B-1B 전략 폭격기의 한반도 투입은 괌 기지의 기상악화로 연기됐다. 북한의 도발을 응징하겠다는 한미 양국의 의지가 날씨 때문에 무산된 셈이다. 기상이 나쁘다고 전쟁이 발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데 기상을 이유로 출격을 미룬 것은 북한 김정은 정권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군의 B-1B는 하루 연기된 13일 한반도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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