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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 지금·여기·우리…젝스키스, 16년만에 쓴 `세단어`
입력 2016-09-12 07:16  | 수정 2016-09-12 10:12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앳된 얼굴에 교복을 입고, 발을 동동 구르며 오빠들을 기다리던 팬들은 30대가 됐다. 16년 만에 함께 무대에 오른 그룹 젝스키스를 맞이한 관객들은 노란 풍선으로 만들어진 야광봉을 흔들었다. 젝스키스 해체 발표에 눈물을 흘리던 이들은 오빠들의 귀환에 열렬히 화답했다.
젝스키스 단독콘서트 '엘로우 노트'는 1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전날 공연에 이어 2회 진행된 콘서트에는 이틀간 총 2만여 관객이 발걸음했다. 이날 관객들은 오후 5시로 예정된 공연 시간 전부터 '젝스키스'가 새겨진 노란색 우비와 응원카드를 들고 콘서트장에 모여들었다.
지난 1998년 젝스키스 멤버들이 출연한 영화 '세븐틴'이 상영됐다. 형형색색의 머릿결에 통이 큰 힙합바지를 입은 젝스키스는 당시로 팬들의 손을 끌어당겼다. 관객들의 공연 중 주의사항을 위한 편집 화면이었지만, '과거로 떠나는 추억 여행'이라는 콘셉트를 넌지시 알려주는 장치가 됐다.
젝스키스는 댄스곡 '컴백' '로드 파이터' '사나이 가는 길'을 무대에 올렸다. 춤과 노래로 3곡을 연달아 부르는 젝스키스는 이전보다 부쩍 힘이 부치는 듯했다. 장수원은 곡이 끝날 때가 되자 혀를 내둘렀다. 긴 세월이 동작 사이에 틈틈이 매달려있었지만, 춤사위는 여유가 넘쳤다.

"안녕하세요. 젝키입니다"고 소리친 젝스키스는 무대 좌측부터 3층 관객들까지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인사를 전했다. 은지원은 "3개월 동안 콘서트 준비를 했다. 1회 공연으로 기획했는데, 여러분 덕분에 2회 공연을 할 수 있었다. 딱 16년만 더 보자"고 했다.
'컴투미베이비' '배신감'에 이어 젝스키스는 '너를 보내며'를 열창했다. 다섯 멤버들은 여성 출연자와 침대 위에서 얘기를 나누거나 밥을 먹는 등 뮤지컬 형식으로 무대를 꾸몄다. 대형 화면에 카메라 앵글에 담긴 젝스키스가 나올 때마다 관객들은 환호했다.
공연을 환기하기 위해 구성된 중간 영상에는 한 여성이 젝스키스가 해체된 뒤 일상을 살아가다가 다시 젝스키스를 만난다는 내용이 연출됐다. 뜻하지 않은 작별 이후 팬들이 가졌을 마음을 짧은 영상들이 대신했다.
은지원, 이재진, 김재덕은 각각 '8톤 트럭' '더블 제이' '에이플러스' 솔로 무대를 전한 뒤 젝스키스의 유닛 블랙키스로 인사했다. 은지원은 "세 명씩 나눠서 활동했는데, 블랙키스와 화이트키스로 나눈 기준을 아직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바통을 받은 것은 장수원, 강성훈의 화이트키스였다. 두 사람은 '세이'를 부르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강성훈은 팬들에게 "16년 동안 간간이 활동했는데 그동안 무얼 하고 있었느냐. 우리는 그냥 뭉쳐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객석에서는 하늘을 찌를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젝스키스는 지난 4월 MBC '무한도전-토토가2'에 출연한 후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올가을께 새 앨범을 발표한다. 이날 콘서트는 DVD 촬영도 동시에 진행돼 내년에 데뷔 20주년이 되는 젝스키스의 폭넓은 활동도 기대하게 했다.
이재진은 "댄스곡과 미디엄 템포의 곡을 준비했다. 다음 주에 뮤직비디오를 촬영한다"고 신곡 소식을 알렸고, 은지원은 "16년 만에 1위를 한 번 더 찍어야 한다"고 농담 섞인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회전하는 원형 무대에서 반짝이는 웃옷을 입고 스탠딩 마이크를 쥔 젝스키스는 '연정'을 불렀다. '커플'에서는 80여 명의 댄서가 젝스키스와 안무를 소화했고, 관객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어 팬들은 '항상 곁에 있을게'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무반주로 '예감'을 열창해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이재진은 "한 곡 할 때마다 당시 감정들이 다 생각났다"고 했고, 강성훈은 "노란 물결이 감동이다. 꿈 같은데 현실이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은지원은 "다들 너무 잘 컸다. 너무 예쁘다"고 청춘을 다 같이 보낸 이들을 향한 애틋함을 표현했다.
공연 막바지에는 신곡 '세단어'가 공개됐다. '다시 볼 수 없을 것만 같던 그대가 내옆에 서네요/ 지킬 수 있을지 모르며 약속했던 그 언젠가가 지금인거군요/ 지금, 여기, 우리. 세단어면 돼요' 등의 노랫말은 젝스키스 팬들을 다독였다.
이번 콘서트 이름인 '엘로우 노트'는 젝스키스의 마지막 앨범 '블루 노트'에서 착안한 것이다. 자신들이 해왔던 이야기를 이제는 팬들과의 이야기로 써내려가겠다는 뜻이었다. '지금' '여기' '우리'라는 세단어에는 다시 만나 기쁜 젝스키스와 팬들이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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