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술한류 中企` 베트남에 떴다
입력 2016-09-11 15:45 
‘한·베트남 기업 매칭 상담회‘에 참여한 정헌욱 서울물류시스템 대표(왼쪽)가 현지 기업 비엣낫의 바이어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결제솔루션 전문기업 한국크레딕라이프의 강태정 대표는 동남아시아 수출길을 뚫기 위해 3년전 처음 베트남을 찾았다. IC카드, NFC(근거리무선통신), 비콘 등 현존하는 모든 결제방식을 소화하면서 광고까지 보여주는 태블릿형 결제단말기 ‘애드팝이 그가 가진 무기였다. 해외 전시회에서도 호평받은 제품이었기에 강 대표는 베트남 금융기관과 대형 통신사들을 찾았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아무리 한국이라도 정체도 불분명한 중소기업을 믿을 수 없다”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2년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강 대표는 한국크레딕라이프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베트남 핀테크 전문기업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자 봇물 터지듯 사업 기회가 열렸다. 핫탭, 모카 등 현지 결제솔루션 기업은 물론 미국 이베이의 지사인 소프트페이와도 협업이 시작됐다. 최근에는 에드팝 초도물량 100대를 수출해 하노이 시내 식당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한국크레딕라이프는 마침내 핫탭과 동남아 사업에서 협력하는 내용의 본계약을 체결했다.
우수한 기술로 베트남 시장에 도전하는 한국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8일 오후(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시내 그랜드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기업 매칭 상담회에서는 12개 한국 기업과 30여개 베트남 기업이 관계자들이 만나 협력의 기회를 모색했다.
이번 설명회는 중소기업청이 주최하고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이노비즈협회)가 주관하는 ‘한·베트남 기술교류 및 비즈니스 매칭 지원사업(이하 매칭사업)의 한 프로그램이다. 매칭사업은 중소기업 기술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기술혁신을 도와 신흥시장에 진출하게끔 돕고자 만들어졌다. 베트남 정부는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자국 제조업 육성하고자 국산화율을 높이도록 요구하고 있다. 때문에 기존 베트남에 수출하던 기업들은 현지법인, 합작법인 등 어떤 방법으로든 진출을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이다.

매칭사업은 우수한 기술을 갖춘 한국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기술융합투자단을 베트남 현지에 파견해 현지 수요기업과 연결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2014년 50개, 지난해 40개의 기업이 투자단에 참여했으며 올해는 4월부터 8차에 걸쳐 100개 기업을 파견할 계획이며 이번 파견은 6차다. 2014년 20개, 지난해 22개의 기업이 베트남 현지기업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한국크레딕라이프는 본계약까지 체결한 첫 사례다. 현장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김병재 이노비즈협회 전략사업팀 과장은 베트남 기업들과 교류해보면 금방 될 것 같은 일도 의외로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며 당장 성과를 거두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크레딕라이프 또한 지난 3년간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해외진출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노하우를 쌓은 결과 올해 7월 이노비즈협회의 매칭사업에서 제대로 된 파트너를 만날 수 있었다.
기술융합투자단 참가기업 대부분이 베트남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곳도 적지 않았다. 콘베이어시스템 전문기업 서울물류시스템은 현장에서 만난 동종기업 ‘비엣낫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비엣낫은 베트남 삼성전자 제조라인에 콘베이어시스템을 공급할 정도로 현지에서는 실력을 인정받는 기업이라고 한다. 서울물류시스템은 주문제작 방식이던 콘베이어 시장의 고정관념을 깨고 기성품처럼 구입해서 설치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놨는데 이 제품이 비엣낫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정헌욱 서울물류시스템 대표는 이집트, 미국에 소량씩 수출했지만 현지 파트너를 두고 사업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5년 이상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제품을 판매도 하고 기술도 전수하면서 동반성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입출입관리시스템 기업 플래그시스도 현지 공장자동화 기업과 MOU를 맺었다.
2014년 시작된 매칭사업은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사업의 주요 목적은 △기술혁신 기업의 핵심기술 데이터베이스 구축 △기술교류를 지원할 전문 코디네이터 선발·육성 △국내 중소기업간 기술교류 지원 △중소기업의 신흥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교류 국가 발굴 및 지원 등이다.
원활한 기술교류를 위해 이노비즈협회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과 함께 베트남 과학기술부와 함께 현지 수요조사 기업 대상 현잔진단을 실시, 우량 수요기업을 발굴했다. 수요·공급기업의 매칭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사전 타당성 검토를 통해 기술융합투자단 참여기업을 최종 확정했으며 파견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매칭 상담회 외에 매칭기업 현장방문, 현지 산업단지 방문 및 시장환경 교육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준비했다. 올해는 특히 사후관리 강화를 위해 9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릴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에 베트남 수요기업 대표단을 초청할 계획이다.
[하노이(베트남) = 정순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