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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진 기분이다" 퍼펙트 투수 강판시킨 로버츠의 절망
입력 2016-09-11 11:47 
리치 힐은 7회까지 퍼펙트를 기록했지만, 손가락 물집 관리 문제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사진(美 마이애미)=ⓒ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애너하임) 김재호 특파원] 이기고도 진 기분이다. 데이브 로버츠 LA다저스 감독은 퍼펙트 중이던 선발을 강판시킨 것에 대한 절망감을 드러냈다.
로버츠는 11일(한국시간) 말린스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경기를 5-0으로 이긴 뒤 'LA타임즈'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 등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경기에 패한 기분"이라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가 이처럼 이기고도 절망한 이유는 선발 리치 힐 때문이다. 7회까지 89개의 공을 던지며 퍼펙트 중이던 그를 강판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는 36세의 노장 투수에게 다시는 오지 않을 대기록 달성의 기회였다. 그러나 로버츠는 7회 힐을 강판시키고 조 블랜튼을 올렸다.
이유가 있었다. 힐은 이전 소속팀 오클랜드에서부터 손가락 물집으로 고생했다. 다저스 이적 이후에도 한동안 이 문제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첫 등판 이후에도 이 문제로 한 차례 등판을 연기하기도 했다. 로버츠는 인터뷰에서 힐의 손가락이 열을 받으면서 검지손가락에 있는 물집의 상태가 악화됐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일생에 한 번 있을 기회를 뺏었다는 미안함은 지울 수 없었다. 로버츠는 "리치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였다"며 "오늘밤은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할 거 같다"고 말했다.
로버츠는 이 결정이 모두 팀의 우승을 위한 것이라는 말로 자위했다. "우리 팀에게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한 최고의 기회를 주고자 이번 결정을 내렸다. 내 의견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며 시즌 전체를 바라보고 내린 결정임을 재차 강조했다.
로버츠는 큰 그림을 볼 것을 요구했지만, 야구계 모두가 이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한국프로야구에서도 선수로 활동했으며 현재 FOX스포츠에서 메이저리그 해설을 맡고 있는 C.J. 니코스키는 자신의 트위터에 "2016년 9월 10일은 야구가 공식적으로 거세된 날이다. 명복을 빈다"는 글을 남겨 로버츠 감독의 결정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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