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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본헤드플레이’…프로 정신 잊은 롯데의 현실
입력 2016-09-11 06:56  | 수정 2016-09-11 07:05
롯데 자이언츠의 김준태.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다른 말 안하겠다. 기본을 지켜달라.”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 감독으로 부임하는 자리에서 조원우 감독이 강조한 것은 기본기였다. 롯데는 유독 승부처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자멸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역시절 돌격대장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조원우 감독이 보기에도 롯데의 문제는 집중력과 기본기 부족이었다. 특히 1루까지 전력질주를 해달라”는 주문(order)도 잊지 않았다. 자신의 타구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달라는 부탁과도 같았다. 그런데.
올 시즌 롯데 선수들은 조 감독의 부탁과 같은 주문을 얼마나 잘 이행하고 있을까.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라는 의미)다. 롯데는 달라진 게 없다.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트윈스전은 왜 롯데가 가을야구와 멀어졌는지 단적으로 잘 보여준 경기다. 이날 경기에서는 정말 나오지 말아야 할 실수가 나오고 말았다.
0-0으로 맞선 3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이었다. 이날 9번 포수로 출전한 김준태의 타석이었다. 김준태는 LG 선발투수 이준형의 6구를 받아쳐 깨끗한 좌전안타를 만들었다. LG좌익수 이병규(7번) 앞에 떨어져 원바운드로 잡는 타구였다. 그런데 여기서 김준태가 돌발적인 행동을 했다. 1루 베이스를 밟고 2루로 가는 길에 고개를 숙인 뒤 갑자기 3루 더그아웃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신이 아웃됐다고 판단했던 것이었다. 뒤늦게 상황 파악을 한 김준태는 2루쪽으로 뛰었지만, 1루와 2루 사이에서 런다운에 걸린 뒤 태그 아웃됐다. 자신의 타구를 끝까지 확인하지 않아 벌어진 참사였다. 카메라에 잡힌 주장 강민호의 표정은 굳었다. 3루를 채운 롯데팬들은 손가락질을 했다.
이후 롯데는 4회초 먼저 4득점했다. 하지만 악몽과도 같은 4회말 수비가 찾아왔다. 잘 던지던 박세웅이 연속안타를 맞고 무사 1,2루가 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수의 연발이었다. 포수 김준태가 박세웅의 공을 잡지 못해 포일로 주자가 한 베이스씩 더 진루했다. 박세웅은 이병규(7번)를 삼진아웃으로 잡고 한숨 돌렸지만, 유강남의 유격수 땅볼을 신본기가 놓치면서 이닝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결국 이는 4회말 7실점의 빌미가 됐다. 롯데는 6-9로 패했다.
이런 장면은 롯데 경기를 보고 있자면 너무 익숙하다. 지난 7월30일 수원 kt전에서는 1-3으로 뒤지던 4회초, 2사 1,2루에서 손아섭의 우전 안타에 3루까지 향하던 1루주자 문규현이 kt 우익수 김사연의 정확한 송구에 먼저 아웃됐다. 여기서 2루주자 정훈은 홈으로 설렁설렁 뛰다가 3루에서 먼저 아웃이 돼 득점을 인정받지 못했다. 지난해 7월 청주 한화전에서는 1사 1루에서 1루주자 김대륙이 좌익수플라이에 3루까지 달리는 황당한 장면이 나왔다. 아웃카운트를 착각해 벌인 일이었다.
4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을 노리는 롯데는 현재 56승69패로 8위로 처져있다. 이날 롯데에 승리를 거둔 LG는 공동 5위로 뛰어올랐고, 롯데와는 5.5경기 차가 됐다. 롯데는 7위 한화와도 2경기 차. 이날 경기 전만 하더라도 롯데는 무릎부상을 당한 주장 강민호까지 1군에 올리는 강수를 두며 5강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본헤드플레이, 실책 앞에서는 아무 소용없다. 물론 다른 팀들도 실수와 본헤드플레이를 한다. 그래도 유독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롯데의 실수들이 눈에 많이 띈다. 성적에 관계 없이 팬들은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플레이에 매력을 느낀다. 그러나 어이없는 실수는 이런 매력을 반감시킨다. 그런데 어쩔까. 한 두 번도 아니고, 감독까지 나서서 지적을 한들 바뀌지 않는다. 이 정도면 프로의식이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본헤드플레이'가 롯데 야구의 컬러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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