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형주 쏠림…코스피200 `과속 스캔들`
입력 2016-09-08 18:01  | 수정 2016-09-08 20:27
최근 연기금과 외국인의 러브콜이 삼성전자 등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코스피200지수가 독주하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200지수 수익률이 코스피 수익률을 3%포인트 이상 앞서는 '이상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작년 말 1961.31에서 이날 2063.73으로 5.2% 상승했다. 2012년 한 해 동안 9.4% 상승한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200 수익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 지난해 말 240.38이었던 코스피200은 이날 260.86으로 8.5% 급등했다. 코스피200 역시 2012년 10.9% 상승한 이후 4년 만에 가장 상승률이 높다.
코스피와 코스피200 수익률 격차가 3.3%포인트까지 벌어진 것이다. 이처럼 코스피200 수익률이 코스피를 3%포인트 이상 앞선 것은 1999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반 토막이 났던 한국 증시는 이듬해부터 빠르게 회복하면서 1999년 한 해 동안 코스피가 82.8%, 코스피200은 100.2% 각각 급등했다. 그해 두 지수 간 격차가 17.4%포인트까지 벌어졌지만 당시는 외환위기라는 비상 국면이었다.
일반적으로 코스피와 코스피200의 등락률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코스피 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 200개 대형주를 따로 모아 만든 게 바로 코스피200이기 때문이다.

코스피200과 코스피 수익률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는 것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간판급 대형주에 유독 매수세가 집중됐음을 의미한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반적으로 강세장일 때 코스피200 성적이 코스피 성적을 압도한다"며 "경기 개선 조짐이 보일수록 시중 자금은 업종 대표주 등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주식을 6조원 넘게 내다판 국내 기관도 최근 들어서는 대형 가치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여전히 코스닥은 비싸고 코스피 경기민감주 주가가 워낙 저평가된 상황인 데다 향후 지수 상승 기대감이 커 국내 기관들도 대형 가치주를 많이 담고 있다"며 "특히 연말이 다가올수록 높은 배당을 많이 주는 대형 가치주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가 박스권 상단에 이르면서 공모펀드 환매가 대거 발생해 증시에 유입되는 새 돈이 줄어든 것도 두 지수 간 수익률 격차를 벌려 놓은 요인으로 꼽힌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 자금이 풍부한 상황이라면 자금이 증시 전체로 골고루 유입돼 다 같이 오를 수 있다"며 "하지만 요즘처럼 공모펀드 환매가 많은 상황에선 중소형주에 투자됐던 자금이 전망이 좋은 대형주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인덱스 위주로 바뀐 국민연금 투자 방침도 코스피200 독주에 적잖은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인덱스 위주로 투자하다 보면 아무래도 시가총액이 큰 종목으로 자금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국민연금의 달라진 투자 패턴도 코스피200 수익률이 코스피를 압도하게 된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코스피200이 8% 넘게 오르면서 가장 큰 이익을 본 세력은 외국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연초 이후 지난 7일까지 코스피200 선물을 4조557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국내 기관은 코스피200 선물을 3조8506억원어치 내다팔았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지수가 급등하면서 코스피200 선물거래에서 외국인들이 큰 이득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