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로또 당첨에 잇따른 가족 비극…고소·폭행·살인까지
입력 2016-09-08 11:02 
로또 / 사진=MBN
로또 당첨에 잇따른 가족 비극…고소·폭행·살인까지


로또 앞에서는 천륜도 없었습니다.

고소, 폭행, 심지어 살인까지, 이 모든 사건이 로또 당첨을 둘러싸고 가족 간에 실제 일어난 비극입니다.

지난달 초 경남 양산시청 앞에 선 노모(78)의 사진 한 장이 SNS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사진 속 노모는 '패륜아들 000를 사회에 고발합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노모는 아들이 당첨금 40억3천448만원의 로또 1등에 걸린 뒤 연락을 끊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수소문 끝에 아들이 사는 양산의 한 아파트를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를 당하자 시위를 벌였습니다.

아들은 경기도에 살다가 로또 당첨 이후 본인을 찾아왔지만 다른 가족들과 당첨금 분배 문제로 갈등을 빚자 거주지를 몰래 옮겼다는 게 노모 주장이었습니다.

노모는 이혼한 아들의 손자 2명을 돌봐줬는데도 아들이 당첨금을 제대로 나눠주지 않았다며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노모에 대해 아들 김 모(57) 씨는 형사 고소와 신고로 맞섰습니다.

김 씨는 노모가 지난달 5일과 7일 양산시청과 본인 집 앞에서 공개 시위를 하며 자신을 패륜아로 몰았다며 모욕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냈습니다.

이는 김 씨가 같은 달 5일 본인 집 현관 전자식 도어록을 휴대용 드릴로 파손하고 집에 침입한 노모와 여동생 2명, 매제를 경찰에 신고한 데 이은 조처였습니다.

김 씨는 당시 경찰에 "가족들과 연을 끊기로 했다"며 처벌해달라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어머니에게 당첨 사실을 알렸고, 어머니를 모시려고 집도 함께 보러 다녔다"며 패륜아라는 오명을 쓴 데 대해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노모 등 4명을 조사해 모두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인천에서는 로또 당첨금을 함부로 썼다며 부부간에 폭행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인천 남동구에 사는 40대 남성은 2012년 7월 25일 본인 집에서 아내(42)를 주먹과 발로 수십 차례 때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당시 로또 1등에 당첨돼 수억 원의 당첨금을 탄 이 남성은 "당첨금 중 1억5천만 원을 사업 자금으로 출금해놨는데 아내가 그 돈을 주식에 허락 없이 투자해 화가 났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로또에 당첨된 50대 남성이 2011년 경북 포항에서는 동서가 휘두른 흉기에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사망한 남성은 2010년 로또 1등에 당첨돼 15억 원 상당을 받은 뒤 동서에게 4천만 원을 빌려줬는데 그 이후 줄곧 불화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또 때문에 가족 집에 불을 지른 황당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2013년 4월 8일 새벽 한 여성(32)은 부산시 연제구에 있는 시댁 마당과 화단 등 7곳에 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빚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던 이 여성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아는 사람 집 주변 7곳에 불을 지르면 액땜이 돼 로또에 당첨된다'는 미신을 접하고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처럼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인 로또 당첨금을 둘러싼 가족 간 불화가 각종 사건으로 이어지자 안타까움과 동시에 싸늘한 시선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양산시 물금읍 범어리에 사는 이 모(52) 씨는 8일 "누구보다 가깝게 정을 나누고 살았을 가족이 큰돈이 생긴 뒤 갈라서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습니다.

서 모(30·여·대전 유성구) 씨는 "그 많은 돈을 가진다고 해서 절대 행복할 것 같지 않은데 (돈 때문에 다툼을 벌이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손 모(35·창원) 씨는 "일생일대의 행운이 불행으로 바뀐 것 같아 씁쓸하다"며 "가족보다 돈의 가치가 더 커져 버린 우리 사회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박 모(30·서울 광진구) 씨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만 돈에 비해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로또 당첨 때문은 아니더라도 돈 때문에 가정에서 비슷한 불화가 이어지는 걸 보면 사회 전반의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습니다.

김명찬 인제대 상담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직접 노동을 해 번 돈이 아니어서 당첨자 본인조차도 그 큰돈을 조절·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가까운 가족 역시 그 돈의 출처가 불명확하다고 느끼고 나눠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 가족 간 다툼으로 번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교수는 "로또와 관련해 사람들이 윤리적 연약함을 보이는 건 사실이기 때문에 당첨금을 수령할 때는 가족 갈등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교육을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로또 당첨이 당첨자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고통으로 이어지는 현 상황에서 더 큰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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