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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사랑별곡` 이순재·손숙, 노부부 삶의 처마 끝에서
입력 2016-09-07 15:32  | 수정 2016-09-07 15:56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비바람을 뚫고 살아온 노부부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처마 끝에 맺힌 빗방울을 바라보는, 노년의 인생을 담은 연극 '사랑별곡'이 관객과 만난다.
'사랑별곡' 프레스콜 행사가 7일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열렸다. 구태환 연출가와 주연 배우 이순재, 손숙, 고인배 등이 참석했다.
이날 '사랑별곡'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에서는 강화도의 한 시골 장터의 노부부인 순자와 박씨의 이야기가 담겼다.
순자의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한 순애보에 대한 박씨의 삐뚤어진 마음이 있었고, 박씨는 아내인 순자에게 애정 어린 말을 건네지 못했다.

이어 순자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 장례식이 치러졌다. 이 자리에서 딸 영숙은 창수네를 통해 곗돈을 전해 받으면서 박씨와 갈등이 불거졌고, 박씨는 결국 아내가 죽은 뒤에야 묘지 앞에서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2년 전 초연한 '사랑별곡'은 강화도 시골에서 인생의 끝자락을 보내고 있는 노부부의 일상을 전하면서 한국의 전통적인 '정'과 '한'의 정서를 그린다. 손숙은 순자 역, 이순재·고인태는 박씨 역을 맡았다.
구 연출가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사회의 고령화 문제와 노인 고립 문제를 발상으로 해서 아름다운 얘기를 전하고 싶었다"며 "시와 같은 아름다운 언어들이 배우들에 의해 무대에서 구현된다"고 설명했다.

이순재가 연기하는 박씨는 아내에게 사랑 표현을 하지못하다가 뒤늦게 미안한 감정들을 털어놓는다. 이에 대해 이순재는 "나는 거친 사람이 아니다. 마누라에게 꼼짝 못하는 입장이다"고 농을 쳤다.
그와 호흡을 맞추는 손숙은 "이순재는 가족처럼 친하다. 다만, 남자 주인공이 두 명이어서 연습량이 많았다. 흰머리의 시골 아낙네를 연기해서 힘들기도 했지만, 오히려 편하게 연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고인배는 '사랑별곡' 만의 매력에 관련해서 "삶의 회한을 어떤 작품보다 전면에 내세웠다. 대사를 시적으로 승화시켜서 곱씹을 만하다. 정서적으로 아름답고 포근했다"고 덧붙였다.
세 배우들은 박씨가 죽은 아내의 무덤 앞에서 "내 옹졸한 사랑을 용서해라"는 상황과 순자가 딸에게 "세월을 견뎌라"고 한 것을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으로 꼽았다.
노부부의 애환과 자식을 향한 부모들의 걱정. 한국 사회의 가장 평범한 감정들을 시적으로 풀어낸 '사랑별곡'은 부모 세대에게는 공감을, 자식 세대에게는 감동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구 연출가는 "해마다 정신없이 사회가 바뀐다. 이 작품을 통해서 돌아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전하고 싶었고, 결국엔 사람 같았다"며 "관객들이 연극을 가진 아름다움과 고급스러움, 공감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랑별곡'은 오는 10월 1일까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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