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세제·왁스원료 '기름치'…음식점 고급 메뉴 '메로구이'로 속여 팔아
입력 2016-09-07 10:37 
기름치/사진=연합뉴스
세제·왁스원료 '기름치'…음식점 고급 메뉴 '메로구이'로 속여 팔아



전국의 일부 음식점이 왁스와 세제 원료인 심해어 기름치(Oil Fish)를 고급 메뉴인 메로구이로 속여 판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기름치는 인체가 소화할 수 없는 기름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2012년 6월 1일부터 국내 식용 유통이 금지된 어종입니다.

부산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는 식품위생법위반 혐의로 정모(52)씨를 구속하고 음식점 대표 김모(59)씨 등 1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습니다.

정씨는 2012년 3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3년 9개월간 8천800만원 상당의 기름치 뱃살 등 부산물 22t을 구이용으로 가공해 국내 7개 도·소매업체와 12개 음식점에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한 번에 한 사람이 섭취하는 메로구이가 약 100g인 점으로 보아 이 기간에 유통된 기름치는 약 22만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정씨는 기름치 살코기 부위를 스테이크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할 목적으로 국내에 반입, 작업 후 폐기하게 돼 있는 부산물을 국내 판매용으로 가공했습니다.

정씨는 거래장부에 약어를 사용하거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냉동수산물 등으로 표기하는 수법으로 당국의 감시를 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거래대금을 받을 때는 지인 명의의 계좌를 빌렸습니다.

김씨 등은 불법으로 가공된 기름치 부산물을 고가의 메로구이로 속여 손님들에게 판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기름치는 ㎏당 가격이 3천원 정도지만 메로는 ㎏당 가격이 2만원에 가깝습니다. 구워서 양념을 곁들이면 육안으로 식별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염기서열 분석 결과 정씨가 유통한 메로가 기름치라고 확인했습니다.

경찰이 적발한 도·소매 업체와 음식점의 지역은 부산, 전북, 광주, 전남, 대구, 경기, 강원, 인천 등 전국적입니다.

기름치는 농어목 갈치꼬리과(Gempylidae)에 속하는 심해 어종으로 뱃살 등에 인체에서 소화되지 않는 기름성분(왁스 에스테르·wax ester)이 많습니다.

기름치의 지방 함량은 18∼21%이고, 그 지방 성분의 90% 이상이 왁스 에스테르입니다.

이 성분은 인체의 장에 남아 있다가 섭취 후 30분∼36시간 안에 일부 민감한 사람에게 복통이나 설사, 불쾌감 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어지러움, 구토, 두통 등의 증상도 유발합니다.

기름치의 기름성분은 세제와 왁스의 제조원료로 사용됩니다.

일본은 이미 1970년부터 기름치 수입과 판매를 금지했고, 미국 FDA는 캘리포니아에서 8건의 식중독 사례가 발생하자 2001년에 수입과 판매금지를 권고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도·소매 업체가 연류된 것으로 보아 기름치를 메로구이로 둔갑시켜 판 음식점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관련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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