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백록담 시추, 한라산이 감추고 있던 비밀 풀릴까
입력 2016-09-07 08:16 
사진=연합뉴스
백록담 시추, 한라산이 감추고 있던 비밀 풀릴까



6일 오후 한라산 백록담에는 지질 연구를 위한 시추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연구원들은 1m 단위로 뽑혀 나온 퇴적물 코어를 보물 다루듯 조심스럽게 튜브에서 분리해낸 뒤, 시추한 위치와 심도와 표시한 표식을 붙여 진공팩으로 포장했습니다.

한 연구원은 "퇴적물 코어는 한라산의 생성연대와 화산 활동 시기 등을 알려줄 중요한 열쇠"라며 보물 다루듯 다룬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연구원들로, 세계유산본부의 천연기념물 제182호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에 대한 지형·식생·기후 기초학술조사의 일환으로 퇴적물 코어 시추에 나섰습니다.


백록담은 남북 약 400m, 동서 600m, 둘레 1천720m, 표고 1천841.7m, 깊이 108m의 타원형 분화구입니다. 1960년대까지 백록담 분화구에서는 철쭉제가 열리기도 했지만, 1966년 천연기념물 제182호로 지정되고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일반인의 접근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습니다.

백록담은 독특한 생태계와 지질 지형으로 자연의 보고라 불리고 있음에도, 지형과 기후, 식생에 대한 체계적인 정밀조사는 여태껏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이번 조사 목적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의 지형과 지질, 동식물, 기후 등 주요 영향 인자에 대한 기초자료를 확보해 한라산 보존을 위한 학술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함입니다.

도는 이를 위해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총사업비 16억원을 들여 2019년까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에 대해 기초학술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퇴적층 시추는 그 첫 작업입니다.

연구원들은 3일부터 5일까지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장비를 옮기는 등 백록담 퇴적층 시추를 위한 준비를 마치고 8일까지 백록담 바닥을 20∼40m가량 시추해 토양과 암석, 화분 등의 시료를 채취할 예정입니다.

확보된 시료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으로 보내져 한라산의 생성 시기와 화산 분출 시기를 밝혀낼 귀중한 자료로 사용됩니다. 화분 시료 등으로는 제주의 옛 기후와 식생을 살펴보게 됩니다. 고지대 습지 퇴적층을 조사하면 과거 기후와 대기 순환을 추적하고 동식물 분포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에는 있는 다른 산정화구호들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조사합니다. 추가 조사 대상은 물장오리, 사라오름, 소백록 등입니다. 이들 산정화구호 시추조사를 통해 연대별, 고도별 지질 및 동·식물 분포, 기후변화에 따른 수직 이동 기록, 과거 황사 기록 등을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올해 항공기에서 레이저를 쏘는 라이다(LiDAR) 촬영 방식으로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전체 지형과 지질에 대한 조사도 진행합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안웅산 박사는 "백록담 퇴적층은 한반도에서 찾아보기 힘든 수준으로 잘 보전된 상태로 연구가치가 아주 높다"며 "기존 백록담의 추정 나이(2만5천년)는 1990년대 일본과 국내 학자들의 연구에 의한 포타슘-아르곤 연대측정 방법에 의한 것으로 최근의 탄소연대 추정 방식을 적용하면 더욱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는 "백록담의 바닥은 물론 화산송이가 쌓여 있는 동릉과 서릉에 대한 지질과 암석 조사와 함께 연대분석도 할 것"이라며 "12월말 최종분석결과 보고서 발표 때 보다 정확한 한라산의 생성연대 측정 결과도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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