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오는 7일 검찰 출석을 통보받았다.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이어 신 총괄회장의 검찰 수사가 잡히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멀지 않았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신 총괄회장에게 오는 7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할 것을 5일 오후 통보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 측으로부터 출석하겠다는 연락은 아직 받지 못했지만, 변호인 측이 신 총괄회장의 인지 상태가 연초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 직접 조사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1월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고소·고발이 이어지면서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신 총괄회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780억원대 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사실혼 관계에 있는 서미경씨에게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을 편법 증여하면서 6000억원 가량을 탈세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롯데시네마 매점 등 서씨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관련 계열사에 780억원 가량의 손실을 끼친 혐의도 받는다. 서씨는 현재 일본에 거주하면서 검찰 소환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달 31일 법원으로부터 질병이나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 있다”며 한정후견 결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는 민사 결정인 만큼 형사 책임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배임과 탈세 등에 본인이 인지하고 있는 만큼 법적 문제에 대해서는 성년후견과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께 검찰의 출석 요구사항을 보고 드린 바 고령과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출석이 어려우니 방문조사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며 현재 신 총괄회장의 주치의와 협의 중에 있어 이후 검찰 측에 얘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1941년 만 19세의 나이로 일본에 유학을 떠난 뒤 1946년 껌 회사인 롯데를 세웠다. 이후 1967년 국내에 롯데제과를 설립한 이후 호텔, 유통, 건설, 석유화학 등 영역을 확장하며 국내 재계 5위의 대기업으로 끌어올린 신화적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장남과 차남인 신동주-신동빈 간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지난 3월에는 한국롯데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롯데제과와 호텔롯데 등기이사 직에서 물러났다. 신 총괄회장은 최근에도 건강 상의 문제로 자주 병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이날 오전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그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소 사장은 지난달 검찰 수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을 비롯해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보부 운영실장(사장)과 함께 신 회장의 ‘가신 3인방으로 꼽힌다. 지난주 신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소환조사를 받은 데 이어 황 사장도 이주 내 다시 소환해 보강 조사가 이뤄지면 롯데그룹 주요 임원들의 조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의 소환 조사도 이주 내 한 번 더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 내 신 총괄회장의 조사까지 마치면 신 회장의 소환 조사는 추석 연휴 이후가 될 것으로 검찰과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검찰은 이달 내 롯데 총수 일가와 주요 경영진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혐의로 형사처벌 수위 등을 확정해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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