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시에 따라 법정관리가 개시된 한진해운의 우량자산 인수를 추진 중인 현대상선이 이로 인해 수혜를 입을지 업계의 관심이 높다.
5일 해운·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우량선박, 해외 터미널 지분, 영업인력 등을 인수해도 곧바로 경쟁력이 향상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진해운이 세계 해운시장에서 우수한 선박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도 않고, 영업인력이 현대상선으로 자리를 옮겨 곧바로 성과를 내기도 힘들다는 게 이유다.
국내 해운사들은 세계 컨테이너 운송 시장에서 선박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상태다. 현재 컨테이너 운송 시장에서 장거리 노선의 주력선박으로 1만8000TEU(6m짜리 컨테이너를 적재할 수 있는 선복 단위)급이 부상하고 있지만 한진해운이 보유한 선박 중 가장 규모가 큰 선박은 1만3000TEU급이다. 한진해운이 사선으로 운영하는 컨테이너선 37척 중 1만3000TEU급은 5척이다. 나머지 32척은 4000~8000TEU급이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상선이 장거리 노선 경쟁력을 키우는 데 한진해운 선박 인수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해운사들이 해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때를 대비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외국의 대형 해운사들은 해운 경기가 좋았을 때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연비가 좋은 선박을 확보했지만 국내 해운사들은 오히려 비싼 가격에 용선 계약을 맺는 등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진해운 관계자는 정부가 해운사들에게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유지하라고 강요하면서 경쟁력 있는 선박을 확보하기보다 용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현대상선이 선박을 인수해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세계 해운시장에서 선복이 초과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선박을 인수하고 선복을 채워줄 화물주를 확보하지 못하면 고정비 부담만 떠안을 수 있다.
한 수입업계 관계자는 미주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컨테이너선은 적재 공간의 70% 수준밖에 채우지 못해 운임이 벌크선보다도 저렴하다”고 전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세계 해운시장의 선복 초과 공급 비율이 30%에 달한다며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해상 운임의 상승 현상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진해운의 영업인력이 곧바로 현대상선 영업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한진해운에 근무하던 영업인력들이 현대상선의 기업문화에 적응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상원 동부증권 연구원은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인력을 넘겨받아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1~2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인력들이 현대상선보다는 글로벌 해운사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유망 자산을 현대상선에 넘기는 데 대해 한진해운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전달받은 게 없다”며 어떤 자산을 팔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회생절차 개시가 결정됐지만 정부가 청산을 가정하고 있는 데 서울중앙지법이 불쾌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한진해운 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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