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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의 야구생각] ‘국가대표가 봉사?’ 정신 못 차리는 KBO 기술위원장
입력 2016-09-01 10:16  | 수정 2016-09-01 10:18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이 내년 WBC 대표팀에 징계중인 오승환을 선발할 뜻을 내비쳐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의 상황인식이 참으로 놀랍다. 김 위원장은 1일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의 WBC 대표팀 발탁을 공언했다. 김 위원장은 오승환이 사회적으로 잘못한 것은 맞지만 국가대표로 뽑혀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사견임을 전제로 말했지만 국가대표 선발의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기술위원장의 발언이라 사실상 오승환을 뽑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오승환이 저지른 범죄와 이에 따른 사회적 분노에 대해 김인식 기술위원장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궁금하다. 아울러 이런 인사가 KBO 기술위원장으로 자격이 있는 지 의심스럽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국가대표에 뽑히는 것을 ‘봉사라고 표현했다는 점이다. 국가대표는 최고의 명예이고 성스러운 징표다. 운동선수로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부심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최근 끝난 리우올림픽에서도 잘 드러났지만 아마추어 선수들은 국가대표 선발이 일생의 목표다. 오직 국가대표 하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 제 아무리 프로선수라 해도 국가대표의 가치를 희석시킬 수 없다. 김인식 위원장의 ‘봉사는 ‘희생과 비슷한 뉘앙스로 들려 매우 귀에 거슬린다. 김 위원장의 ‘봉사가 오승환에게 국가대표 활동을 통해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로 해석돼 더욱 개탄스럽다.
오승환은 불법 해외원정도박으로 법원으로부터 벌금 1000만 원 형을 받은 범법자다. KBO는 오승환에게 한 시즌의 절반인 72경기 출전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영구제명 다음으로 무거운 처벌이다. 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이라 KBO의 징계는 보류된 상태다. 오승환의 징계는 앞으로 변수가 많다. 그가 한국에서 프로 선수생활을 하지 않으면 이 징계는 유명무실해 진다. 오승환이 국내에서 선수생활은 하지 않고 지도자를 할 경우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아직 징계절차를 시작도 하지 않은 오승환을 ‘봉사 운운하며 국가대표에 선발하려는 것은 당장의 성적만 내다본 무책임한 행동이다.
또한 오승환에 대한 국민의 반감은 여전하다. 오승환의 도박혐의가 밝혀진 것이 채 1년도 지나지 않았다. 당시 오승환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김인식 위원장은 벌써 잊은 모양이다. 김인식 위원장은 2009년 WBC 대표팀을 선발할 때도 병역기피를 위해 한국국적을 버린 백차승을 차출하자고 주장해 큰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KBO는 올해 슬로건으로 ‘클린 베이스볼을 내걸었다. 야구장안에서만 깨끗한 것이 ‘클린 베이스볼이 아니다. 정의롭고 상식이 통하는 야구와 이에 걸 맞는 사고를 갖자. 오승환의 WBC 대표팀 선발은 처음부터 거론조차 안 되는 것이 맞다.
[매경닷컴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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