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31일 법정관리(통합도산법에 따른 기업회생절차) 신청이 예고된 가운데, 사실상 채권단 자회사가 된 현대상선과 법원 슬하 한진해운이라는 두 양대 해운사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상선은 대규모 출자전환을 거쳐 지난달 25일 산업은행(지분율 13.68%) 채권단 자회사가 됐다. 용선료 협상과 해운 동맹 재가입으로 급한 불만 껐을 뿐 현대상선 역시 아직 환자복을 벗은 상태는 아니다. 따라서 현대상선의 대주주 격인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양대 국적 해운사의 재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거쳐 그 자체로 회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본다”며 한진해운의 ‘굿 컴퍼니(good company·우량 자산)를 다른 해운사가 인수하는 게 효율적인데 그 해운사는 국적해운사인 현대상선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상선 CEO(최고경영자)를 조속한 시일 안에 선임하고 이를 토대로 금융당국, 해양수산부 등 관련 정부 부처와 협의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해운 산업의 침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을 포함한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가 궤도에 오를 경우 현대상선의 새주인을 찾는 게 수순이다. 한진그룹의 상황과 해운시황에 따라 향후 한진그룹이 채권단에 이어 현대상선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정관리의 정확한 명칭은 ‘통합도산법에 따른 기업회생절차로 자율협약, 워크아웃과 더불어 3대 구조조정 수단이다. 차이는 채무재조정 범위인데, 법정관리의 경우 은행 빚과 모든 유형의 사채뿐 아니라 상거래 채무까지 법원에 강제력에 기반해 채무재조정이 이뤄진다. 해외 선주들에게 지급해야 할 반선 위약금 역시 상거래 채무에 포함되기 때문에 선주의 상거래 채권 역시 법정관리 과정에서 재조정 된다. 채권자 입장에선 빚이 탕감되는 것이다.
법정관리 신청을 하게되면 법원이 개시여부를 결정한 후 한진해운에 대한 채무 재조정에 들어간다. 법원은 한진해운의 재무사정에 대해 가장 보수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고가에 빌린 용선들을 우선적으로 반선시킬 가능성이 크다. 한진해운은 150여척 중 절반이 넘는 90여척이 용선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얼라이언스에 투입되는 선박 역시 용선이 대부분”이라며 용선을 반납해 운용할 배가 없을 경우 얼라이언스에서도 퇴출되고, 한번 사라진 신뢰는 회복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원양영업은 나서지 못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법정관리 돌입시 또하나의 관건은 ‘스테이오더다. 이는 우리 법원이 결정한 사항을 다른 국가 법원이 받아들일지 여부인데, 한국 선사들의 배가 들어가는 국가는 법원끼리 스테이오더가 체결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중국과 파나마는 한국 법원과 스테이오더 체결이 맺어져있지 않다.
[정석우 기자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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