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무늬만 사모상품? 베트남 ABS 논란
입력 2016-08-30 17:37  | 수정 2016-08-30 19:27
미래에셋증권이 지난달 이틀 만에 2500억원어치를 팔면서 빅히트를 친 베트남 랜드마크72 오피스빌딩 자산유동화증권(ABS)이 '무늬만 사모(私募)상품'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사모상품은 원래 개인투자자 49명까지만 모을 수 있는데 미래에셋증권이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인 특수목적회사(SPC)를 15개나 만들어 실제로는 개인투자자 500여 명에게 판매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의도적인 공모 회피 가능성과 불완전판매 여부에 대한 특별 현장검사에 착수해 결과가 주목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베트남 사모 ABS 판매와 관련해 지난 18일부터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특별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검사는 이달 말까지로 예정돼 있으나 검사 진행 상황에 따라 다음달 초에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달 1일 출시한 베트남 랜드마크72 ABS는 판매 이틀 만에 2500억원어치가 완판됐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4월 글로벌 부동산 투자 전문회사 AON BGN의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 인수에 4000억원을 투자했다. 4000억원 가운데 3000억원을 선순위 대출 형태로 투자했는데, 해당 대출채권을 모아 별도 설립한 SPC에 매각하고 이를 기초로 ABS를 발행했다. 개인투자자에게 6개월 만기 연 4.5% 약정 이자를 주는 사모 ABS 상품으로 설계했다. 은행 정기예금 대비 금리가 3~4배나 높아 큰 인기를 끌었다.
논란은 이 상품을 매입한 개인투자자가 너무 많다는 데서 시작됐다. 미래에셋증권은 SPC를 15개나 만들어 약 500명의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했다. 각각의 SPC가 발행한 ABS는 평균 투자자가 35명 안팎이지만 전체로는 사모상품의 개인투자자 인원 한도 49명 대비 10배나 되는 셈이다.

금감원은 개인투자자가 50명이면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모 발행을 의무화하고 있다. 공모 상품을 만들 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상품 운용에 중대 변화가 있으면 해당 사실을 다시 신고해야 한다. 미래에셋 베트남 ABS는 상법에 기초한 사모 상품이어서 발행 및 판매와 관련해 금감원에 아무런 신고도 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률적으로 SPC가 별도 법인이고 각 법인이 투자자 49명 이하로 구성됐다면 형식상으로는 사모지만 실제론 우회적인 방법으로 공모 발행을 회피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투자 위험도가 낮고 수익이 높은, 좋은 상품을 개인 고객들에게 제공하려고 기획한 상품"이라며 "예상보다 투자자가 많이 몰리면서 SPC를 추가로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모 발행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서는 "검사가 진행 중인 사항이라 뭐라고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판매 과정에서 손실 발생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고지했는지 등 불완전판매 여부도 면밀히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 4.5% 약정 이자는 미래에셋증권이 지급보증을 약속했고, 환율 변동 리스크도 대출이 원화로 진행됐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빌딩 가격이 떨어지면 자산가치 손실이 생길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품 자체의 위험성이 그다지 커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냥 넘어가면 비슷한 방식의 공모 회피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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