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산업銀, 대우조선 위기 알고도 `묵과`
입력 2016-08-29 05:32  | 수정 2016-08-29 06:00
KDB산업은행이 수년 전부터 대우조선해양의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낭골 드립십 계약과 같은 '헤비테일' 수주 방식에 대해서 문제점을 알면서도 방치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은에서 제출받은 '대우조선해양 경영실적평가'에 따르면 산은은 2013년 경영 실적 평가에서 헤비테일 수주 방식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은은 "헤비테일 결제 방식의 수주가 일반화하면서 줄어든 선수금 대부분을 차입금으로 대체해 차입금 규모가 전년 대비 2조5000억원 늘었다"며 "수주 방식에서 비롯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이자율 인하 등으로는) 역부족이며 체계적인 관리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3년 10월 대우조선해양은 소낭골에 드릴십 2기를 대금의 80%를 인도 시점에 받는 헤비테일식으로 수주했다. 문제는 소낭골이 경영난을 이유로 드립십 인도 시점을 미루자 대우조선해양이 1조236억원에 달하는 대금을 받지 못해 유동성 부족을 겪는 상황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산은은 하지만 실제 평점에서 후한 점수를 줬다. 산은은 2013년 경영평가에서 수주 방식을 평가하는 '장기발전기반' 평점을 8점 만점에 7.2점(우수)을 줬다.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사업에 대해서도 이 같은 추세가 반영됐다. 산은은 "2012년 미경험 프로젝트 관련 손실액이 4276억원에 달하는 등 해양 부문 영업실적은 심히 우려스럽다"며 "해양 프로젝트 관련 규칙·규제 이해 부족, 설계·생산 인력 확보 부족 등 제반 리스크 예측이나 준비 미흡이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주력 선종에 대한 평가(장기발전기반)는 8점 만점에 7.6점(우수)이었다. 전체 총점도 잘못 산정했다.
산은은 2011년 85.22점에 이어 2012년 70.91점, 2013년 82.85점, 2014년 69.05점의 평점을 매겼다. 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 적자를 반영한 2013·2014년 수정공시를 통해 경영실적을 재평가하면 2013년은 55점 내외, 2014년에는 51점 내외로 F등급 기준에 따라 대표이사가 사퇴해야 한다. 김해영 의원은 "산은이 다른 자회사도 엉터리로 관리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며 자회사 경영관리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과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헤비테일 수주 : 선박 공정의 5단계(RG 발급·절단·탑재·진수·인도)에서 인도 단계에 대금의 60~80%를 지급받는 방식. 경기 불황 시 많으며, 조선사가 선박 건조 기간 중 자비나 대출을 통해 건조하므로 리스크가 커진다.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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