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로봇이 알아서 굴리는 펀드 나온다

내년 4월이면 로봇이 직접 고객에게 자문과 운용 서비스를 해주는 진짜 로봇투자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할 '테스트 플랫폼'을 통해 검증받은 업체는 로봇이 사람을 거치지 않고 직접 자문 및 일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출시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은 실제 자문이나 매매는 사람이 하고 로봇 알고리즘을 참고하는 수준이다.
28일 금융위원회는 로보어드바이저의 고객 직접 서비스 제공을 허용하기 위해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의 유효성과 안정성 등을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로보어드바이저 1차 테스트베드'를 오는 9월부터 내년 4월까지 운영한다고 밝혔다. 9월에 참가신청을 받아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최대 6개월간 테스트를 진행하고 4월에 검증 결과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당초 3개월만 테스트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알고리즘의 실효성을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3개월로는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검증 기간을 늘렸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김기한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로보어드바이저는 전문인력의 개입 없이 자문을 수행하거나 고객 자산을 직접 운용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소액을 투자하는 일반 국민도 저렴한 비용으로 자문·일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스트베드 참여 업체는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보유한 자문·일임업자, 자문·일임업 등록이 안된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업체, 은행·증권사와 로보 기술업체 간 컨소시엄 등 다양한 형태로 가능하다. 금융위와 업계에 따르면 쿼터백자산운용 밸류시스템투자자문 에임 디셈버앤컴퍼니 파운트 두물머리 등 10개 이상의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업체가 테스트 참여를 계획하고 있다. 참가 업체는 펀드(ETF 포함), 파생상품(ELS·DLS), 주식 등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3개 유형(안정추구·위험중립·적극투자)으로 구분해 등록해야 한다. 대기성 자금 운용 수단으로 예금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투자는 가능하지만 채권과 선물·옵션은 제외된다. 포트폴리오 유형별로 3개씩 계좌를 동시에 운용해야 하고 운용금액은 계좌당 최소 100만원 이상(합계 900만원 이상)을 굴리면 된다. 자금은 회사 고유자금 투자가 원칙이나 미등록 업체는 임원 자금을 활용하는 것이 허용된다.
참가 업체에 대한 검증은 10인 이내로 구성된 민간검증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논란이 됐던 테스트 참가비용은 알고리즘당 50만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테스트 통과 업체는 해당 사실을 투자광고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검증받은 로보어드바이저가 자문이나 운용을 하려면 자문·일임업 인가가 있어야 한다. 반면 테스트 불참 업체는 자사 알고리즘이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광고나 설명서 등에 명시해야 한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