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9월 금리인상설이 수면 위로 갑작스레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수개월간 금리인상 여건이 강화됐다”며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힘을 실은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의 26일(현지시간) 잭슨홀 연설에 이어 ‘연준 2인자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까지 매파 발언을 내놨기 때문이다. 옐런의장의 잭슨홀 발언후 CNBC방송에 출연한 피셔 부의장은 9월 기준금리 인상과 연내 한번 이상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 둘다 가능하다고 답했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연내 두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에 방점을 찍었다. 옐런 의장에 이어 연준 유력위원들이 잇따라 말에 채찍을 가하는 ‘주마가편식으로 기준금리 조기인상론에 불을 붙이면서 시장도 곧바로 반응했다. 금리 변동 리스크가 커지고 유럽·일본과의 통화정책 미스매칭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한층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옐런 의장의 잭슨홀 연설 이후에도 상승세를 유지했던 뉴욕증시는 피셔 부의장의 ‘강력한 매파 발언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53.01포인트(0.29%) 하락한 1만8395.40를 기록했다. 주식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커진 것이다. 미 국채금리도 일제히 출렁거렸다. 미 10년만기 국채금리는 26일 1.631%로 전날(1.57%) 보다 6bp(1bp=0.01%포인트) 올랐다. 연준 금리 향방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미 2년만기 국채금리도 0.845%를 기록해 전날 대비 6bp 급등했다. 국채금리 상승은 채권값 하락을 뜻한다.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 달러화도 강세를 보였다. 16개국 통화와 비교해 산출하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달러인덱스는 0.8% 오른 86.47을 나타냈다. 피셔 부의장의 강성 발언 이후 달러인덱스는 위로 튀어올랐다. 달러 대비 엔화값은 전날 보다 1.3% 하락하며 약세를 띠어 101엔 후반대를 기록했다. 달러는 멕시코 페소화 대비 1.2% 상승하는 등 일부 개발도상국 통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이 집계하는 9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36%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하루 전만해도 21%에 달했던 확률이 껑충 뛴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12월 인상 확률은 52%에서 64%까지 상승했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야누스캐피털의 빌 그로스는 CNBC와 인터뷰하면서 고용시장 지표가 괜찮다면 연준은 9월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옐런 의장 발언 직후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30%에서 40%로, 올해 적어도 한차례 이상 올릴 가능성을 75%에서 85%로 높였다.
물론 연준 고위 인사들은 금리인상 군불때기 발언을 잇따라 던지면서도 시장 충격을 완화할 장치를 거두지 않고 있다. ‘경제 지표에 따른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연준의 기존 입장을 재차 상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서프라이즈식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없을거라는 얘기다.
피셔 부의장은 차기 금리인상의 전제조건으로 내달 2일(현지시간) 발표될 ‘8월 미국 고용지표가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 지표가 연준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루가 멀다하고 수많은 지표가 쏟아지는 만큼 어떤 숫자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언급해 여러 지표의 향방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고용·물가 등 핵심 잣대에 따라 움직일 것임을 시사했다. 피셔 부의장은 미국 경제는 완전고용에 근접하고 있으며 올해 물가상승률은 작년보다 높은 수준으로 역시 2%(연준 목표치)를 향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셔 부의장은 11월 대통령선거를 의식해 연준의 통화정책을 결정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연준이 정치적 입김에 좌우되는게 아니냐는 항간의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추측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그는 연준은 경제 시그널을 살펴볼 뿐 정치 전망가가 아니다”며 만약 대선 결과가 미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 영향을 대선 이후에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피셔 부의장의 이같은 발언에 바니 프랭크 전 미국 하원의원은 정치전문매체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선거에 그 정도로 임박해서 그런 일(금리 인상)을 하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프랭크 전 의원은 통상적인 예측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고용지표가 발표되지 않는 이상, 선거를 앞두고 (통화정책과 관련된) 어떤 일을 하게 된다면 불필요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준은 다음 달 21일과 오는 11월 2일, 그리고 오는 12월 14일에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 대선은 오는 11월 8일이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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