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인원 빈소 지키는 신격호·신동빈의 조화
입력 2016-08-28 16:1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7일 오전 서울아산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뒤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인원 부회장의 빈소를 찾아 애통함을 드러냈다. 신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37분경 서울아산병원에 도착해 3층에 위치한 빈소로 향했다. 그는 빈소로 향하는 길에 감정이 북받친 듯 눈시울이 불거졌으며,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자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기도 했다.
빈소 앞에 대기중이던 취재진의 질문에는 나중에 말하자”고 답한 뒤 빈소 안으로 들어갔고, 황각규 롯데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소진세 롯데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 등 임직원과 함께 이 부회장의 영정 앞에서 묵념을 했다. 이후 이 부회장의 아들 정훈 씨, 며느리 방근혜 씨와 인사를 나누며 신 회장은 또 다시 눈물을 터뜨렸다.
조문 후 빈소에서 주요 장례위원들과 함께 앉은 신 회장은 약 한 시간 동안 머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취재진 앞에 선 신 회장은 지금 심경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자 다시 울음을 터뜨렸고, 남색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 막고 대답을 못한 채 자리를 떠났다. 그는 간간이 눈물 섞인 숨을 쉬기도 했다. 롯데그룹 2인자로서 검찰 수사 등의 압박감으로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극단적 선택을 한 이 부회장에 대한 신 회장의 마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신 회장이 빈소에 머무는 동안 현재 구속수감중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딸 장선윤 호텔롯데 상무도 빈소를 찾았다. 장 상무는 조문 후 눈물을 멈추지 못했고, 신동빈 회장과도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이 부회장과 함께 롯데그룹 ‘핵심 3인방으로 꼽혔던 황각규 사장과 소진세 사장은 이틀 내내 빈소를 지키며 유족들과 함께 사실상 상주 역할을 했다. 황 사장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본부에서 10년 같이 일했는데 뭐라 할 말이 없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 마지막으로 통화했느냐는 질문에 검찰수사를 받기 전날 통화했다. ‘수사 잘 받고 와라. 힘내라고 하셨고, 예 알겠습니다 라고 답했다”라며 마지막 대화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빈소에는 이틀째인 28일까지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롯데그룹 계열사 대표와 임원들은 물론 일반 직원들까지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일부 젊은 직원들은 롯데그룹에 43년 몸을 담으며 그룹 내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이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며 빈소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빈소를 지키던 충신교회 관계자들도 이 부회장에 대해 항상 모범이 됐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이 부회장은 생전 총신교회에서 장로를 맡아 독실한 종교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으로 구속수감중인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도 이 부회장의 자살소식을 듣고 대성통곡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표 또한 이 부회장과 오랜 시간 함께 근무했던 인연이 있다.
다만 신격호 총괄회장은 이 부회장의 빈소를 찾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 총괄회장을 수행하고 있는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인데다 비보를 듣고 충격을 받은 상태여서 아직까지 조문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도 조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부회장의 빈소에 놓인 조화들은 현재 롯데그룹이 처한 위기와 혼란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이 부회장의 영정사진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조화가, 왼쪽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조화가 각각 놓여있었다. 지금은 서로 등을 돌린 부자의 조화가 이 부회장의 빈소에 나란히 서있는 것이다.
이는 이 부회장이 걸어온 길과 무관치 않다. 이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함께 롯데그룹의 성장을 주도한 인물로 신 총괄회장의 대표적인 복심으로 꼽혔다. 1997년부터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대표를 맡았으며 2007년부터는 롯데그룹 정책본부 부본부장(사장)으로 신 총괄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하지만 지난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터지고 신 총괄회장 측이 공개한 친필서한에서 이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과 함께 해임대상으로 거론되면서 그는 신 총괄회장과 멀어지게 된다. 아버지 신격호 시대의 대표 인물이었던 이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 편으로 돌아선 것이다.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보낸 조화가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 번뇌했던 이 부회장의 일생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신격호 총괄회장 조화 옆에는 일본롯데 임직원 일동 명의 조화가 서 있었다. 롯데그룹의 국부유출 논란 등의 중심에 서있는 일본이 롯데와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손일선·최승진·조성호·[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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