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부, 가계부채 잡으려다 ‘고금리’ 비은행권 배만 불려줬다
입력 2016-08-26 11:18 
서울 남대문 시장의 한 가방 판매 상가. 불황에 찾는 발길이 뜸해지면서 한가한 모습이다.

#직장인 최지욱(가명·34) 씨는 보험사, 저축은행 등 은행이 아닌 2금융권에서 평균 연 10% 이상 금리를 주고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 보험사 대출은 담보가 있음에도 이자율이 연 9%에 육박한다.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시중은행 대출은 까다로운 반면, 이자율이 높지만 2금융권 대출은 그나마 수월하기 때문이다. 팍팍한 살림에 월급은 안 오르고 1년째 원금 상환은 꿈도 못꾸고 있다. 최근에는 대부업체 대출도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2분기(3~6월)에만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협 등 은행 대비 금리가 비싼 비은행권 가계대출이 10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권 대출 문턱을 높인데 따른 ‘풍선효과 때문인데, 사금융 시장도 커지고 있어 서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상호금융, 신협,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 가계대출이 분기 기준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1분기중 7조6000억원 늘어난 비은행권 가계대출이 2분기 들어 10조4000억원 증가한 것.
특히 비은행권 이용자 가운데 다중채무자가 많다는 점, 평균 연 10% 이상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계부실 위험이 커지는 상황이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대부업체 대출 이용자의 약 40%가 저축은행 대출을 함께 이용하는 다중채무자다. 고용불안 등 비정규직 종사자가 적지 않은 점도 비은행권 이용자의 잠재적 부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비은행권 대출 외에도 금리가 법정 최고 수준인 연 27.9%에 달하는 대부업 대출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도 가계부실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한 대부업체의 대출 잔액은 2007년 공식 통계 이래 처음으로 13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대부업체 대출 잔액은 13조2452억원을 기록, 6개월 만에 1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평균 대출금리는 법정 최고 이자율 인하(34.9%→27.9%) 효과가 반영돼 연 28.0%를 나타냈다.
저신용자 확대로 불법사채 시장이 커지는 점도 가계부실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신용등급 10등급자는 38만3000여명(나이스평가정보 기준)으로 이들이 병원비나 생활자금이 급히 필요해 자금을 빌릴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불법사채뿐이다. 서민금융기관에서도 신용 10등급 저신용자는 원칙적으로 대출을 금지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불법사채 시장을 12조원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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