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의 롯데그룹 비리와 관련해 26일 검찰의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자살한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 사진)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롯데그룹의 2인자이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가신 3인방 중 한 명으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이어 신동빈 회장을 보필하며 사실상 그룹과 계열사를 진두지휘해왔던 만큼 그의 자살로 인한 그룹 내 타격과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짐작된다.
이 회장은 경상북도 경산시 출신으로 한국외대 일본어과를 졸업한 후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해 43년동안 롯데에 몸담아 왔다. 그는 1987년 롯데쇼핑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1999년 롯데백화점 대표이사에 오르며 20년 넘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지켜 국내 최장수 CEO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그가 롯데쇼핑에서 근무한 10년 동안 롯데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면서 유통업계 1위로 부상함에 따라 롯데 내에서 입지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롯데백화점 근무 시절에는 관리·상품·구매·영업 등 요직을 거치면서 불시에 현장방문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서울 소공동에 백화점과 면세점 등이 밀집한 ‘롯데 상권을 총 지휘한 것도 그다. 공사 당시 별다른 잡음이 나지 않아 신 회장의 총애를 받았다.
그는 2007년 롯데 그룹의 ‘컨트롤 타워이자 신동빈 회장의 호위부대로 불리는 정책본부에서 정책본부장을 맡아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과 함께 ‘가신 3인방으로 불렸다. 한 때 ‘신격호의 남자로 불리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입과 귀가 돼왔지만 이 때부터 신 총괄회장의 지시로 신동빈 회장의 경영활동을 적극 돕기 시작했다. 지난해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신 회장의 편에서 서서 적극 경영권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신 총괄회장의 다소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경영스타일 물러받은 그는 서구적이고 공격적인 경영 마인드의 신동빈 회장이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균형을 맞춰준 인물로 평가받는다. 황 사장이 그룹의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며 신동빈 회장의 오른편에 서 있었다면 그는 신동빈 회장의 왼편에서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등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 이슈를 챙기며 핵심사업을 관장해왔다. 실제 신동빈 회장에게 올라가는 모든 보고는 이 부회장을 거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2롯데월드가 안전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자 ‘안전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해결사로 나서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에 개입하고 계열사간 부당 거래에 따른 손해를 입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등 혐의를 받았다. 정책본부에서 총수 일가를 보좌하는 것은 물론 90여개에 이르는 계열사를 총괄 관리해온 만큼 검찰은 이번 소환으로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비자금이 정책본부 흘러들어간 정황이 있는지도 수사할 방침이었다. 검찰은 지난 6월 롯데그룹 비리 수사에 나서자마자 이 부회장을 출금금지 조치시키기도 했다.
그는 소 사장이 지난 15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전일에는 황 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하면서 가신 3인방 중에서는 마지막으로 이날 오전 9시30분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었다. 특히 검찰은 이 부회장을 조사한 뒤 다음주께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소환조사하며 수사 막바지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수사 일정을 조정한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비리 수사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 부회장의 소환 조사가 불가능하게 되면서 수사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매년 계열사로부터 300억원대 배당금을 받는데 관여하고 그룹 내 알짜 자산을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로 헐값에 이전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배임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또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와 신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신 총괄회장의 주식을 편법으로 증여받아 수천억원대 탈세를 벌인 혐의에도 그가 개입했는지 여부를 조사해 왔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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