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인터뷰②] 뮤지컬배우 유리아가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
입력 2016-08-26 10:21  | 수정 2016-08-27 13:10
사진=달컴퍼니
[MBN스타 김진선 기자] 뮤지컬 배우 유리아는 그야말로 ‘노력형 배우였다. 누구나 꿈을 향해 노력한다 할 수 있지만, 꾸준히, 꼿꼿하게 자신 만의 길을 만든 유리아의 노력은, ‘노력이 답이라는 표현이 진부한 표현이 아닌 자명한 사실임을 다시 입증했다.

유리아는 앞서 ‘김종욱 찾기 ‘블랙메리포핀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쓰루더도어 등을 통해 관객들을 만난 그는 ‘키다리 아저씨로 사랑스러운 제루샤 애봇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적시고 있다. ‘키다리 아저씨는 진 웹스터(Jean Webster)의 대표적인 명작 소설 ‘키다리 아저씨를 원작으로 하며, ‘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로 토니어워즈 최고 연출상을 수상한 존 캐어드(John Caird)의 대본과 연출, 최고 작곡/작사상을 수상한 작곡가 폴 고든(Paul Gordon)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음악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극 중 제루샤는 키다리 아저씨의 후원을 받으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전진한다. 이런 제루샤의 모습은 꿈을 향해 성실하게 작품과 마주한 유리아의 모습과 어딘가 닮아있었다. 누군가의 후원보다,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고, 자기의 꿈을 놓지 않는 다는 점 말이다.

유리아는 중학생 때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꿨다. 학창시절 으레 보는 뮤지컬 영상에, 푹 빠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중학교 2학년 음악시간에 뮤지컬 ‘명성황후 실황 영상을 세 번에 걸쳐서 보여줬어요. 다른 애들은 다 자는데, 전 다음 시간이 기다려지고, 마지막 끝날 때는 혼자 엄청 울었어요. 정말 감동 받았거든요. 그 때 ‘저거다! 싶었어요. 연기와 노래를 동시에 할 수 있다니, 그땐 정말 막연한 꿈이었지만요.”

학교 음악시간에 접한 ‘명성황후를 본 뒤, 유리아는 뮤지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하지만, 주변에 뮤지컬 관련에 있는 사람도 없을 뿐 아니라, 학업에 매진하는 모범생 유리아에게 뮤지컬배우는 가까울 수 없었다.

제가 진짜 모범생이었어요. 말썽도 한 번 안 피우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씀도 잘듣고, 자습도 안 빠졌죠. 열심히 공부하고, 흔히 말하는 좋은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조용한 학생이었어요.”

수능 모의고사보고. 부모님에게 ‘너무 뮤지컬이 하고 싶다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렸어요. 하지만 가족이나, 주변에 관련 업종 분이 없다 보니 모든 게 쉽지 않았어요. 수시를 넣으려고 하는데, 실기가 뭔지도 몰랐으니까요. 연기학원을 가서 입시에 대해 물어보고, 혼자 준비를 했어요. 실기 때 다들 화려한 의상에 완벽한 준비를 했지만, 전 ‘시스터 액트2에 ‘조이플조이플(joyful, joyful)을 합창복과 맨발로 영화 속 모습을 재연했죠.”

하지만 이 같은 유리아의 신선함이 통했기 때문일까. 143.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실기를 통과했고, 수시로 입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입학한 연극영화과는 유리아의 예상과 조금 달랐고, 오디션을 보러 다니게 됐다. 그때 만난 작품이 ‘렌트였다.

진짜 꿈같았어요. ‘명성황후를 보고 뮤지컬 알았다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작품이 ‘렌트였거든요. 힘들었지만, 정말 행복했어요. 아무것도 몰라서 많이 혼나고 잠도 못자고, 눈물도 많이 흘린 작품이지만, 잊혀 지지 않아요. 모든 게 감사했죠. 모린 역할은 꼭 하고 싶어요. 미미도 매력적이지만, 모린은 동경하거든요.”

첫 작품 ‘렌트에 이어 앙상블로 무대에 오른 유리아는 학연, 지연, 혈연 등의 ‘관계 ‘인맥이 아닌 ‘실력으로 절실하게 작품에 다가갔고, 이는 곧 기회로 다가올 수 있었다.

아주 조금씩 문이 열리는 것 같아요. 처음에 인맥이 없다고 고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하다 보면 생기는 게 인맥이거든요. 저에게도 연락하는 후배들이 있어요. 인맥이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고요. 얼마나 절실하고 답답하면 연락을 했겠냐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고민할 필요 없다에요. 정말 진부할 수도 있지만, 진부한 말이 정답이더라고요. ‘하다보면 길이 열린다 ‘진심으로 열심히 하면 언젠가 기회가 온다라는 거죠. 기회가 왔을 때 준비가 돼 있으면 잡을 수 있지만, 못 잡으면 머물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저도 ‘두 도시 이야기를 오디션 보게 됐는데, 우연한 기회로, 저를 나타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그 뒤로 오디션을 보면 고개를 들고 절 봐주시더라고요.”

오디션 볼 때 앙상블이 아니라 역할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무대에 서고 싶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시간이 좀 걸렸지만 길은 열린다에요. 절대적인 가정은 ‘잘해야 한다!!지만 제발 힘냈으면 좋겠어요.”

이 같은 메시지는 유리아 역시 힘든 시간을 보냈고, 또 이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좌절도 한 것에 비해 무대 예술을 사랑하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들고, 하고 싶은 역할을 할 수 없었을 때 속상하기도 했어요. 전 최종까지 가나 1차에서 떨어지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서, 위로가 되지 않더라고요. 닿을 듯 안 닿는 시간도 있었지만 잡히는 것도 있더라고요.”

때문에 상을 타면 꼭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다. 물론 ‘상을 통해 실력을 입증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꼭 상이 아니더라도 목소리를 내고 싶기 때문이다. 바로 후배들을 향한 응원이었다.

제 꿈은 원래는 상을 받는 것이에요. ‘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거든요. ‘나같이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시작한 배우들에도 실력이 있다. 기회가 없을 뿐이니 마음을 열어 달라는 말이었죠. 앙상블도요. 아무것도 아닌 무대를 꽃밭으로 만들어주는 게 앙상블이잖아요. 정말 대단하죠. 진짜 뮤지컬 배우인 거죠.”

꾸준한 연습과 준비된 마음이 있어야, 어떠한 기회가 와도 잡을 수 있다고 말한 유리아. 그의 연습 방법은 무엇일까.

노래는 음색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잘한다라고 업그레이드 되는 것은 ‘연습밖에 없어요. 저요? 연습 많이 했어요. 하루 두 시간씩 꾸준히요. 말이 두 시간이지 쉽지 않더라고요. 집에 파일 두 권이 있는데 아직도 매일 연습해요. ‘뮤지컬 배우라고 하면 당연히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듣기 좋은 고음이 나는 거거든요. 절대 귀찮아하면 안 되요. 물론 사람들 앞에서는 잘하는 것을 내보이는 게 맞지만, 연습할 때는 두려워하지 않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내는 고음도 듣기 힘든 순간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좋아지더라고요.”

꾸준한 연습이 지금의 유리아를 만든 셈이다. 전문 선생님 없이 혼자 이정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니, 실로 놀라울 따름. 무대나 현장에서 작은 것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고, 배우겠다는 의지가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좋은 감독과 연출, 조승우, 홍광호, 류정한, 조정은, 김선영 등 선배들의 작품을 꾸준히 봤고, 그분들의 영향도 있죠. 현장에서 배운 경험도 있고요.”

이제 유리아의 문이 활짝 열렸다. 감정 표현에 발성, 노래까지 고루 갖추면서 차근차근 자신의 이름을 알린 그이기에, 앞으로 오를 무대에 대한 기대가 더 높아진다.

하고 싶은 작품은 엄청 많아요. ‘위키드도 하고 싶고, 브로드웨이 작품인데 ‘슈렉도 하고 싶어요. 피오나 공주가 단순한 공주가 아니라 매력이 넘치고 통통 튀잖아요, 연기도 너무 잘하고, 이야기도 완벽하더라고요. 2인극 ‘더 라스트 파이브 이어즈(The Last Five Years)도 하고 싶어요.”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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