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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고효준, 스스로 증명 중인 ‘신의 한 수’ 사례
입력 2016-08-25 06:01 
고효준(사진)이 KIA로 트레이드 된 후 알토란 같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불펜 뿐만 아니라 선발 임무까지 기대 이상의 모습을 펼치는 중이다. 사진=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약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정도 활약을 해줄 것이라고 예상한 이가 있었을까. ‘이적생 고효준(33)이 KIA 마운드의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다. 위기의 순간 때마다 팀을 구해내며 스스로 ‘신의 한 수 트레이드 사례를 만들고 있다.
지난달 31일 KIA는 SK와 깜짝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대상은 고효준과 임준혁. 당시 양 팀의 속사정이 이끈 트레이드였다. 에이스 김광현의 부상이탈, 새로 영입한 외인투수 브라울리오 라라의 부진. SK는 선발자원이 필요했고 올 시즌 KIA에서 이렇다 할 활약이 없던 임준혁을 괜찮은 대안으로 꼽았다.
KIA는 좌완불펜 요원인 고효준을 영입해 허리를 강화했다. 심동섭 등 영건 좌완불펜진이 제 몫을 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험이 풍부한 고효준은 이를 메울 좋은 카드로 충분했다. 다만 최근 몇 년 동안 그의 모습은 썩 좋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과거 SK왕조를 책임졌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KIA는 고효준을 선택함으로서 그를 5강 혈투의 동력으로 삼고자 했다.
그리고 한 달 여가 지난 최근 고효준의 모습은 당초 KIA의 기대를 훨씬 뛰어 넘고 있다. 오히려 더 확장된 모습으로 마운드의 히든카드로 자리매김할 기세다. KIA 팬들로서는 행복한 놀라움 그 자체다.
불펜요원으로 KIA에서 첫 임무를 시작한 그는 초반 4경기 3이닝 동안 1실점에 그치며 나쁘지 않은 신고식을 치렀다. 강렬한 인상은 이적 후 다섯 경기 째 등판 때 나왔다. 지난 12일 고척 넥센전서 절체절명의 순간 2⅔이닝 동안 무실점 피칭에 성공하며 팀 승리의 발판이 됐다. 당시 KIA는 넥센전 10연패, 고척돔 7연패를 당하던 중이었는데 고효준의 활약 속에 이 모든 악연의 사슬을 끊을 수 있었다.
이후에도 안정적인 모습으로 점차 신임을 얻은 고효준은 또 한 번 변화를 맞이했다. 바로 선발투수 임무를 수행하게 된 것. 이전과 달리 올 시즌은 단 한 번도 선발로 나선 적이 없던 그가 헐거운 팀 4-5선발 사정에 따라 임시선발로 출격하게 됐다. 김기태 KIA 감독이 트레이드 당시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는데 바로 현실이 된 것이다.
8월18일 롯데전에 나선 고효준은 5이닝 동안 1실점의 기대 이상 구위를 뽐내며 김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불펜난조로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달라진 그의 모습 자체가 화제가 됐던 경기내용이었다.

다시 불펜임무로 돌아간 그는 또 한 번의 선발기회를 얻었고 전날 NC전에 등판해 5⅓이닝 4피안타 3실점(2자책)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두 번째 선발무대를 마쳤다. 야수진의 실책 속에서 리그 2위 NC 타선에게 밀리지 않는 투구내용을 펼친 것. 이번에도 승리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그의 초반 호투가 팀 후반 역전의 발판이 된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고효준은 지난 12일 당시 짜릿한 고척돔 첫 승의 주역이 된 뒤 KIA 코치님들께서 저에게 많은 신경을 써주시고 계신다. 현재 팀에 적응하는 시기인데 부담 없이 여유를 가지고 피칭하고 있다”며 팀에 잘 녹아들고 있음을 전했다. 앞으로 어떤 상황, 어떠한 역할에서도 팀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표현했던 그는 새로운 팀에서의 새 도전이 긍정적인 동기부여로 이어지고 있음을 결과로 보여줬다.
살얼음판 5강 싸움을 펼치고 있는 KIA 역시 다른 팀들처럼 마운드가 고민이다. 지원군은 늘어났으나 아직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나마 덜했던 선발진 고민도 최근 지크 스프루일의 부상과 함께 증폭되고 있다. 영건 홍건희의 구위 또한 여전히 아쉽다.
이런 상황에서 고효준의 자리를 가리지 않는 호투와 안정감은 더욱 빛이 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KIA 팬들마저 한껏 사로잡고 있다. 깜짝 트레이드가 KIA에게 깜짝 선물로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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