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IBM 인공지능 ‘왓슨’ 국내 데뷔는 은행 콜센터
입력 2016-08-23 16:53 
IBM의 인공지능 왓슨

30대 미혼 직장인인데요. 저한테 맞는 금융투자 상품이 궁금해서요.”
은행 상담센터에 걸려온 문의 전화. 고객이 간단한 자기 소개와 궁금한 점을 묻자 상담원 앞 모니터 화면에 바로 30대 남성의 해당 직장 평균 연봉을 고려한 맞춤 상품 리스트가 팝업으로 뜬다. 상담을 해나가며 개인 정보를 추가할 때마다 자동으로 추천 상품이 변경된다. 해지 조건은 어떻게 되죠?”라고 묻자 약관 중 해당 부분을 바로 찾아 모니터에 띄워준다. 상담 중 지체되는 시간이 없고 부정확한 정보가 전달될 우려도 사라진다. 보조상담사로 취업한 IBM의 인공지능 ‘왓슨덕분이다.
23일 IBM과 SK C&C에 따르면 IBM 인공지능(AI) 왓슨이 내년초 국내 첫 시작할 서비스는 ‘은행 콜센터로 잠정 결정됐다. 이를 위해 연내 한국어 버전 채팅 로봇(챗봇)과 음성인식기능까지 완성될 예정이다.
SK C&C 관계자는 시중 은행들 대상으로 사업설명을 진행 중인데 반응이 좋다”며 은행을 시작으로 의료와 법률·제조업 등 다른 분야로 콜센터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왓슨 콜센터는 AI가 단독으로 운영되지 않고 상담사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상담사가 고객과 통화하는 내용을 AI가 자동으로 인식해 필요한 정보를 찾아 모니터에 띄워준다. 상담사는 모니터에 뜬 정보 중 필요한 부분만 찾아 고객에게 알려주게 된다. 이를 통해 상담 내용의 정확도를 높이고 상담사의 업무 효율성도 크게 향상될 수 있다.

이기열 SKC&C 디지털·금융사업부문장은 왓슨은 서비스 초기에는 상담 보조 역할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음성인식에 대한 빅데이터가 누적되면 실제 상담사 역할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IBM과 SKC&C는 지난 5월 미국 뉴욕에서 ‘왓슨 기반 AI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왓슨은 미국 IBM 본사에서 SK C&C와 함께 한국어를 학습 중이다. 이 부문장은 왓슨의 한국어 인식 정확도는 현재 96% 수준에 도달했다”며 한국어를 흉내내는 수준을 넘어 실생활에서 대화 가능한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SKC&C는 왓슨의 한국어 서비스를 ‘에이브릴로 명명하고 다양한 사업 모델을 개발 중이다.
왓슨이 국내 첫 서비스로 콜센터를 지목한 데는 시장 확장성 때문이다.
국내서 콜센터는 이동통신사부터 신용카드사·금융기관·유통업체·병원·각종 제조사 등에서 활용되며 약 10조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AI 사업자 입장에서 ‘은행 콜센터는 시장 규모는 크지만 의료·법률분야보다 전문성·위험도는 낮아 진입장벽이 낮다는 게 매력이다.
국내 AI 콜센터 시장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스타트업 마인즈랩이 합작 개발한 AI엔진 ‘마인즈 어시스턴트가 먼저 진출해 시범 서비스중이다.
마인즈 어시스턴트는 빅데이터를 이용한 상담기록 분석 서비스 상용화에 성공했다. 고객 전화상담 음성을 녹음·분석한 뒤 이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추천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적당한 보험상품이 궁금하다고 문의하면 AI가 자동으로 결혼이라는 단어를 인식해 신혼부부 우대상품을 추천한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마인즈랩은 네이버 투자펀드를 비롯해 총 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 인공지능 스타트업 중 단일 규모 최대 투자 유치 실적이다. 유태준 마인즈랩 대표는 현재 실제 전화 응대까지 가능한 AI 상담사를 개발을 완료해 테스트중”이라며 충분한 콜센터 노하루를 쌓은 만큼 왓슨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마인즈랩은 콜센터 이외도 가정용 비서로봇 ‘초롱이 출시 등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다각화하고 있다.
왓슨 역시 콜센터는 시작으로 다양한 국내 사업을 준비중이다. 콜센터에 이어 ‘종합 금융서비스 앱을 후속으로 추진중이다. 시중 모든 은행을 연결해 왓슨이 맞춤상품을 모바일로 추천해주는 식이다. 이 부문장은 SKC&C는 금융IT 부문에 강점이 있는 만큼 왓슨을 활용한 금융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연구중”이라고 말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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