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름 휴가를 아이들과 함께 속초로 다녀온 이모씨(42). 2박3일 여행동안 이씨와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갖고 설악산·백담사·속초해변 등을 누비며 닌텐도의 증강현실게임(AR)인 ‘포켓몬고를 즐겼다. 휴가에서 복귀한 이씨는 아쉬운 마음에 인터넷을 뒤지다가 우연히 속초에 가지 않고도 포켓몬고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 소위 ‘위치정보교란앱으로 불리는 ‘Fake Gps ‘Fly gps 등을 깔면 스마트폰의 위치정보를 조작해 속초에 있는 것처럼 포켓몬고를 즐길 수 있다. 실제로 해당 앱을 통해 포켓몬고를 실행한 결과, 이씨의 스마트폰 위치가 뉴욕 시내 한복판으로 표시되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최근 사회관계망(SNS)와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속초가지 않고 포켓몬 즐기는 법” 서울서 맨허튼 도심 누비며 포켓몬고를 한다” 등의 동영상 조회수가 수십 만건에 이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정보들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 이른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조작해 포켓몬고를 실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3일 매일경제가 안드로이드 폰 구글앱스토어에 ‘Fake Gps로 애플리케이션을 조회해보니 줄잡아 수십 개의 앱들이 무료 또는 유료로 올라와 있었다. 기자가 직접 앱을 다운받아 실행해보니, 일부 앱을 통해서는 정상적으로 포켓몬고 플레이가 가능했다. 실제 인터넷에 소개된 것처럼 기자의 스마트폰에 GPS 조작 프로그램을 깔고 포켓몬고를 실행해보니 미국 뉴욕 맨허튼 도심을 비롯해 일본 동경 도심 등으로 표시됐다. 서울 한 복판에서 뉴욕과 동경에서 출몰하는 각종 휘귀 포켓몬을 ‘사냥할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GPS 조작이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위성에서 스마트폰으로 전달되는 GPS 신호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안에서 GPS칩의 위치정보가 포켓몬고 앱에 전달될 때 이 정보를 조작하는 프로그램일 것이라 보고 있다. 배태석 세종대 공간정보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에서 GPS 정보를 받으면 3차원으로 현재 위치가 나오는데, 이 정보를 포켓몬고 앱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위치를 조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포켓몬고의 인기가 높아져 국내 이용자도 늘고 있지만 한국 출시가 계속 미뤄지면서 이와 같은 GPS 조작 앱을 통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문제는 GPS 조작이 위법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포켓몬 캐릭터 저작권을 가진 포켓몬코리아 측은 GPS를 조작해 포켓몬고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건 저작권 침해”라고 밝혔다. 국내 한 로펌의 저작권 전문 변호사 A씨도 게임을 만든 기업과 별다른 협의 없이 게임회사가 규정한 이용 환경과 다른 방법으로 사용하는 경우 저작권 위반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일반적인 유저들에게 기업이 별도로 고소할 가능성은 낮지만 이런 방법을 홍보하거나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온라인에서도 GPS조작을 통해 포켓몬고를 즐기는 행위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런 속임수로 게임을 할 수 없도록 게임사가 막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인터넷상에 떠도는 위치조작앱에는 해킹이나 강제광고 등을 노린 악성코드도 포함돼 있다고 경고했다.
게임을 즐기려다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실종되거나 구조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GPS가 조작된 상태라면 위치 정보를 이용해 구조 활동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유기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구조나 수사는 GPS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통신사망을 이용하는 것이라 GPS조작 앱을 썼다고 해서 그 부분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크지 않다”며 다만, 포켓몬고를 실행하기 위해 GPS 조작 앱을 사용했을 때 네비게이션 등 다른 앱 프로그램과 연동하는데 문제가 나타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포켓몬고에서는 GPS조작을 막기 위해 특정장소에서 갑자기 해외 등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동을 하는 경우 일정시간 이용을 금지조치 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서울에서 GPS를 조작해 뉴욕에서 포켓몬고를 실행하자 2시간 정도 지나니 게임 실행이 중지됐다. 그러나 이후에는 뉴욕에서 정상적 플레이가 가능했다.
[서태욱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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