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를 향한 삼성의 공격적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핵심 기술을 가진 회사에 대해 잇달아 투자에 나선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벤처투자는 22일(현지시간) 자율주행 관련 핵심부품을 개발하는 쿼너지 시스템즈에 9000만 달러(약1100억원)를 공동 투자했다. 이번 투자는 차량 센서 전문 기업인 센사타 테크놀로지스가 주도했으며 미국 자동차부품회사인 델파이 등도 참여했다. 삼성은 2014년 5월에도 쿼너지에 450만 달러(약 54억원)를 투자했으며 이번이 두번째다.
쿼너지는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으로 불리는 ‘라이다(LiDAR)라는 부품을 개발하는 곳이다. 레이저 레이더(Laser Radar)라고도 불리는 라이다는 전파에 가까운 성질을 가진 레이저 광선을 사용해 외부환경을 3차원으로 인식하는 역할을 한다. 자율주행을 하려면 차 주변 수백미터 반경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지해야 하기 때문에 이는 자율주행의 핵심기술로 꼽힌다.
라이다는 사람으로 치면 눈의 역할을 한다. 자동차에 많이 달면 달수록 주변을 제대로 파악해 정확한 정보를 차에 전달해 줄 수 있지만 문제는 값비싼 가격이다.
라이다 관련 선두업체로 꼽히는 벨로다인의 경우 초기 가격이 개당 8만 달러(약 9600만원)에 달했다. 벨로다인은 최근 기술 개발을 통해 개당 가격을 10분의 1 수준인 8000달러(약 960만원) 수준까지 낮춘 상황이다.
쿼너지가 주목받는 것은 기술 개발을 통해 라이더 가격을 개당 250달러 또는 그 이하까지 낮출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쿼너지가 최근 공개한 ‘S3 모델의 경우 내년 초 생산라인이 정상가동되면 쿼너지가 예상하는 수준까지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쿼너지의 경우 S3보다 기능과 크기를 줄인 소형 라이다의 경우 개당 100달러까지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쿼너지 측은 현재 5개의 완성차 업체에 라이다 공급을 놓고 협의하고 있다”며 2018년 초에는 쿼너지 제품을 장착한 자율주행차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개발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가 몰리고 있다. 2012년에 설립된 쿼너지는 현재까지 1억50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이번에 투자받은 9000만 달러는 주로 생산시설 확충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라이다 선도업체인 벨로다인도 최근 포드자동차와 중국 검색엔진 업체인 바이두로부터 1억5000만 달러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벨로다인은 이번 투자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2018년까지 자사가 생산하는 라이다 제품 가격을 개당 100달러 중반 이하로 떨어뜨리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삼성벤처투자를 앞세워 자율주행차 관련 기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벤처투자의 재원 대부분이 삼성전자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삼성전자의 자동차 부품업체 투자인 셈이다. 삼성은 올들어 두차례에 걸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벤처기업인 누토노미에 투자했으며 차량용 배터리와 통신부품을 개발하는 곳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중이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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