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대표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親)문재인 계의 지원을 받는 추미애 후보가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김상곤·이종걸 후보의 막판 추격세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전당대회는 내년 대선 국면을 치러낼 지도부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새 당대표의 계파와 출신 지역 등이 갖는 상징성이 크다. 이에 따라 막바지 고심 중인 당원들의 표심이 어느 후보로 향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상곤·이종걸·추미애(기호순) 당권주자 3인은 23일 서울시당 합동간담회에 참석해 막바지 표심 잡기에 나섰다. 추미애·이종걸 후보는 이 자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호남 표심 공략에 나섰다. 추 후보는 1997년 추다르크 돼 지역 감정 맞서 김대중 대통령을 당선시켰다”며 (17대 총선 당시) 국민께 사죄 드리며 고난의 3보 1배를 할 땐 김 대통령께서 차마 못보겠다 하시면서 눈물을 글썽이셨다”고 강조했다. 이종걸 후보도 김대중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정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상곤 후보는 호남 회복 못하면 대선에서 필패한다. 호남 출신인 김상곤이 당 대표가 돼야 더민주가 호남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며 마찬가지로 호남표에 호소했다.
추 후보의 이날 발언은 취약 지역로 분석되는 호남표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당내 인사들은 문재인 전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선 추미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최재성·진성준·백원우·김현 전 의원 등 친문계 핵심그룹이 추 의원을 도우면서 친문계 표심이 아무래도 추 후보에게 집중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해 호남표까지 흡수할 경우 승세를 굳힐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 여성정치인 중 선두주자라는 이미지도 추 후보의 강점 중 하나다. 광주고등법원 판사시절이던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15대 국회에 입성한 이래 5선을 지낸 관록은 추 후보의 정치적 자산이다.
다만 강성이라는 이미지가 꼬리표처럼 추 후보를 따라다닌다. 한 당내 인사는 추 후보가 18대 국회 때 환노위원장을 맡았던 시절 여야가 합의한 비정규직법안을 개인적 신념 때문에 끝까지 상정하지 않았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전했다.
후발주자인 김상곤 후보가 호남표를 기반 삼아 치고 올라오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후보는 범친문계로 분류되지만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게 강점이다. 당권주자 3인 중 유일한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친문계가 주류인 상황에서 대구 출신인 추미애 후보가 당권을 쥘 경우 영남독식론이 제기될 수 있는데, 호남 출신인 김 후보가 당선되면 영호남을 아우르는 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호남 출신 대의원들 사이에선 광주일고를 나왔지만 호남을 위해 무슨 일을 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점은 부담이다.
교육감과 당 혁신위원장을 지내며 쌓은 개혁적인 이미지는 강점이지만, 의정활동 경험이 전무해 중앙정치 경험에선 각각 5선인 추미애·이종걸 후보에 크게 밀릴 수밖에 없는 한계도 있다. 김 후보는 이에 대해 교육감 때도 초보라고 공격받았지만 무상급식으로 큰 승리를 이끌어냈다”고 반박했다.
5선의 관록과 원내대표 경험을 자랑하는 이종걸 후보는 당내 비주류계의 지원을 받고 있다. 막판 친문계의 당권 독식에 대한 견제심리가 발동할 경우 이 후보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이 후보는 야권 통합의 적임자를 자처하고 있다. 이 후보는 더민주가 ‘친문당이 되면 야권 통합이 힘들어진다”며 당 대표로 뽑히면 국민의당과 (통합을 위한)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내대표를 역임할 당시 잦은 당무 거부로 당원 사이에서 ‘불안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점이 약점이다. 한 당내 인사는 원내대표 당시 전략이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면서 문재인 전 대표와 갈등을 빚다가 김종인 대표의 비대위에 합류한 점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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