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8월 19일 뉴스초점-강요된 애국심 '유감'
입력 2016-08-19 20:38  | 수정 2016-08-19 20:43
2년 전 1,4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입니다. 영화 속 부부는 말다툼을 하다 국기 하강식 사이렌이 울리자 벌떡 일어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죠.

이 장면에 대한 반응은 세대간의 온도차가 있었습니다. 윗 세대는 거부감 보다는 '그때는 그랬지'하는 과거에 대한 회상이 있었고, 젊은 세대는 낯선 풍경에 웃음이 먼저 터져 나왔죠.

이처럼 국기에 대한 느낌이 다르듯 애국심도 세월이 흐르면서 그 의미가 달라지는 듯 합니다.

지난 17일 강남구는 이번 광복절에 태극기 게양률이90%에 육박했다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전국의 태극기 게양률이 10% 정도인 점을 보면 굉장히 놀라운 결과였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광복절 아침, 120명이 넘는 구청 공무원은 '태극기 달기' 근무조를 편성해 주택가 골목길을 돌며 태극기를 꽂았고, 아파트엔 일일이 초인종을 눌러가며 태극기 달기를 독려했습니다. 휴일 아침 잠을 깨운다고 항의도 어지간히 받았다죠.

또, 태극기를 게양한 인증샷이 있으면 강남구 내의 영화관과 아쿠아리움, 서점 등에서 할인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야말로 대대적인 이벤트였죠.

지난 해 행정자치부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태극기 게양률을 높이기 위한 '태극기 사랑 70일 운동'을 펼쳤습니다.

태극기 만들기와 게양하기. 전시회는 물론이고, 한 공무원시험 면접에선 애국가 4절·국기에 대한 맹세·태극기 4괘를 묻는 한편, 고위 공직자들은 태극기 배지를 달고 군에서도 전투복에 태극기를 부착했죠.


지자체도 마찬가집니다.
서울시와 각 구청에서는 수백만 원의 예산을 쪼개 태극기 홍보에 나섰죠. 용산구는 관내 건물에 대형 태극기를 내걸고, 영등포와 구로구는 태극기 거리도 만들었습니다.

사실 이런 일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20대 국회에서도 광복절을 앞두고 애국가와 국화 등 국가 상징물을 법으로 규정하는 각종 '나라사랑 법'이 잇따라 발의됐습니다. 무궁화의 날 제정은 물론, 애국가 제창 및 연주에 관한 내용을 시행령으로 정하자는 법안도 나왔죠.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광복절 아침 서울 목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게양된 태극기를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모습보단 당연히 태극기가 촘촘히 게양된 강남구가 보기엔 좋았겠죠.

그러나,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게양된 태극기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하루살기도 팍팍한 데, 무슨 애국심이냐는 핀잔만 들을 뿐이죠.

지금은 각종 이벤트로 애국심을 만들 때가 아닙니다. 국민들을 살기 좋게, 그래서 국민 스스로가 우리나라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해야 할 때입니다.

그럼 애국심은 저절로 생기지 않을까요?
강요된 애국심은 진짜 애국심이 아닐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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