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사잇돌 대출` 인기에 P2P업계 뿔났다
입력 2016-08-19 15:57 
지난달 초 정부 주도로 시중은행들이 출시한 중금리 대출 상품인 '사잇돌 대출'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기존 중금리 대출에 집중했던 P2P(개인 간 거래) 금융업계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중간 신용도의 국민을 위한 대출 필요성에 대해 사회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P2P업체들은 정책적 지원을 받는 상품과 사실상 대등하게 경쟁하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9개 시중은행에서 판매하고 있는 사잇돌 대출은 18일 기준 대출액 639억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5일 출시된 이후 약 30영업일 만에 이룬 성과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호응에 힘입어 다음달 1일부터 사잇돌 판매처를 부산·광주·대구·경남 등 4개 지방은행 828개 지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저축은행으로 판매처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사잇돌 대출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서민들을 위해 금융당국이 준비한 야심작이다. 신용도가 중간 정도(신용등급 4~7등급)인 사람에게 연 6~10%대의 비교적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준다. 은행 대출이기 때문에 신용도에 영향이 없고 일찍 상환해도 중도상환 수수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빠른 호응을 얻고 있다. 사잇돌 대출이 인기를 얻으면서 중금리 대출이 주 먹거리인 P2P금융업체들은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8퍼센트, 펀다, 렌딧 등 주요 P2P업체의 중금리 대출 상품은 대부분 신용등급 4~7등급 대출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사잇돌 대출과 타깃층이 정확히 겹친다.

영업 대상이 겹치는 상황에서 기존 은행권의 신뢰도·자금력과 정부 지원까지 등에 업은 사잇돌 대출과 경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항변이다. 실제로 한 P2P금융업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월간 네이버 검색 수 집계 결과 'P2P대출'은 3만4000건으로 '사잇돌 대출' 4만9800건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집계됐다.
사잇돌 대출은 공공기관인 SGI서울보증보험과의 협약을 통해 대출 원금을 전액 보장하도록 구성돼 있다. 즉 보증보험이 손실을 떠안고 있는 구조기 때문에 은행은 고객에게 중금리로 리스크 없이 대출을 제공할 수 있다.
한 P2P금융업체 관계자는 "사잇돌 대출은 정부의 자금 지원에 힘입어 기존 은행권들이 리스크 없이 중금리 대출에 대한 데이터를 손쉽게 쌓아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는 은행권에만 특혜를 주어 중금리 시장의 자율경쟁을 저해하는 행위이며 P2P금융을 견제하기 위한 정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사잇돌 대출로 인해 중금리 대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장 규모 자체를 키울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 시장이 아직 성장 초입 단계다 보니 고객들이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큰 은행들이 참여해 시장 자체가 커지고 양질의 대출자가 진입한다면 P2P금융사도 별도의 마케팅 비용 없이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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