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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늙었다” 세계 1등 볼트의 반성문
입력 2016-08-19 14:35 

출발 반응 속도 0.156초. 195cm의 장신인 우사인 볼트에겐 빠른 출발 반응 속도였다. 그만큼 평소 보다 빠르게 출발선을 박차고 나섰다. 초반부터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다. 그러나 특유의 막판 질주를 선보여야 하는 후반부에 그의 스퍼트는 무뎠다. 비가 온 탓에 경기장 트랙이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19일(한국시간) 남자 200m 결승에서 가장 먼저 도착한 우사인 볼트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이날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100m와 200m를 3회 연속 제패한 주인공이 됐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기록이었고 19초78은 그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가 깨고 싶어했던 세계신기록은 19초19.
우사인 볼트가 바란 숫자는 앞자리 ‘19가 아닌 ‘18이었다. 경기 직후 그는 내가 이룩한 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나도 늙었다”고 말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최고의 선수는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본다. 항상 높은 기준을 정하고 거기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더욱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 그것이 최고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다.

볼트는 (올림픽을 바라보며) 정말 열심히 훈련하면서 그런 피땀이 보상받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번에 받아든 기록에는 만족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몸이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난 점점 나이를 먹고 있다. 내 몸도 늙었다”고 설명했다.
볼트는 이번이 내 마지막 200m 경기가 될 것 같다”면서도 내 코치의 의견은 다를 것”이라고 밝혀 여지를 남겼다.
그의 불만족에도 불구, 우사인볼트가 200m 최강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코치의 권유로 2007년 부터 단거리 선수로 나선 우사인 볼트가 200m에서 놀라운 기록을 쏟아내는 이유는 ‘가속도와 원심력의 균형을 맞추기 때문이다.
200m는 초반 곡선 주로 100m를 돌아 직선 100m를 달려야 하는 경기다. 원심력이 작용하는 곡선 주로에서 속도를 덜 줄이고 직선 주로에서 남은 힘을 쏟아내야 좋은 기록이 가능하다.
볼트는 이 상식마저 넘어선다는게 육상계의 분석이다. 곡선 주로에서도 가속 페달을 밟고 직선 주로 100m에서는 누구도 넘보지 못할 폭발적인 스피드를 선보인다. 대부분의 선수는 초반 100m에서 원심력을 받아 속력이 줄어든다. 그러나 볼트는 유연한 몸과 탄탄한 근육으로 원심력을 버텨내 속력을 유지한다.
이날 금메달로 우사인 볼트는 올림픽에서 8번째 금메달을 딴 선수가 됐다. 육상 최다 금메달 기록(9개)은 미국 육상 영웅 칼 루이스와 핀란드의 파보 누르미가 보유하고 있다.
리우에서 금메달 2개를 딴 볼트는 ‘불멸의 기록에 도전한다. 20일 열리는 4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면 ‘트리플-트리플(3개 대회 연속 3관왕)에 오르게 되고 역대 메달 갯수에서도 칼 루이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볼트는 평소 불멸의 기록을 세우고 올림픽 무대와 작별하겠다”고 말해왔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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