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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예쁜 복덩이 되고 싶다”던 최재원의 ‘일시정지’
입력 2016-08-19 06:01 
최재원과 구자욱의 감동적인 포옹을 다시 보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147km의 빠른 공이 사자군단 ‘새 얼굴의 얼굴로 향했다. 그리고 꿈을 실현해 간다며 들떴던 26세 청년의 시즌도 사실상 끝났다.
최재원(삼성)은 지난 18일 경기 도중 장시환(kt)의 공에 맞았다. 1루가 아닌 병원으로 가야 했다. 검진 결과는 턱 뼈 골절. 잔여 시즌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지난 7월 5일 삼성 유니폼을 입으며 데뷔한 이후 28번째 경기 만이었다.
삼성에겐 날벼락 같은 일이다. 그리고 공교롭게 마산구장에서 그와 인터뷰를 가진 지 불과 하루 뒤에 벌어진 일이다. 다치기 전날 최재원은 ‘MK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삼성 이적 후 즐거운 생활에 만족스럽다며 더 예쁜 복덩이가 되고 싶다고 했다.
최재원은 올해 개인 목표는 특별히 없다. 지금 같이 해왔던대로 할 따름이다. 무엇보다 부상 없이 완주해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의 꿈은 하루 만에 공 1개로 산산조각이 났다.
최재원은 지난해 말 박석민(NC)의 자유계약선수(FA) 이적에 따른 보상선수로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의욕이 넘쳤다. 삼성은 그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지난해 NC에서 114경기를 뛰었지만 백업 멤버였다.
1990년생이다. 올해 신재영, 박정음(이상 넥센) 같은 늦깎이 신인이 등장하나 최재원의 나이도 적은 편이 아니다. 이제는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야 할 때다.
최재운은 적지 않은 나이지만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년 시절부터 욕심이 많은 편이 아니었다. 야구를 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오고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부터 더 힘을 내고 뭔가 보여주면 될 것 같다”라면서 그래도 요즘은 예전보다 욕심이 좀 생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부상이 최재원을 괴롭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 도중 왼 손목 미세골절로 3개월 넘게 재활을 해야 했다. 오자마자 크게 다쳤으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초조했지만 다시 그라운드에 나가게 되면서 각오도 다부지게 했다. 그의 시즌 첫 공식 경기는 지난 5월 28일 퓨처스리그 LG전. 그로부터 34일 뒤 1군 콜업 소식이 들렸다.
최재원은 단단히 준비했다. 스윙도 파워보다 정확도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21개의 안타 중 10개가 장타였다. 올해는 27개의 안타 중 장타는 7개다.
대신 효과는 컸다. 타석에 설 때마다 집중했다. 노림수를 갖고 최대한 타이밍을 맞추려 노력한 결과, 타율은 3할대(0.333)이면서 출루율은 4할대(0.456)였다. 지난 16일 경기를 마친 뒤 OPS는 무려 1.016이었다(18일 현재 0.975).
최재원은 많은 경기를 뛴 게 아니라 (기록들이)곧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쑥스러워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운이 많이 따랐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는 다 같이 잘 치면서 잘 되는 분위기다. 딱히 타격감이 좋은 지 잘 모르겠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동료의 생각은 다르다. 박해민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라고 반겼다. 최재원은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렸다. 득점권 타율도 0.391로 높다. 적어도 예전의 최재원이 아니다. 한 단계 성장했다. 그는 확실히 자신감과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운이든 다른 이의 생각대로 실력이든, 최재원의 야구인생은 삼성에서 조금씩 풀리는가 싶었다. 경기를 계속 뛰어 좋다면서 해맑게 웃던 최재원이었다. 그러나 이적 첫 시즌은 너무 짧았다. 재활 기간보다 더욱.
최재원은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면서 주가를 드높였다. 최근에는 1번타자와 3루수라는 삼성의 두 고민거리를 씻어줬다. 봄까지만 해도 뭔가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더 보여줄 게 많았는데 다 보여주지 못했다.
아쉬울 게 없다던 최재원이다. 그는 안 하고서 후회하면 크더라. (잘 하든 못 하든)하고서 후회하는 건 괜찮다. 항상 집중하면 못할 게 없다고 마음먹었다. 매 순간 열심히 했다. 그래서 서운하거나 아쉽거나 후회스러운 게 없는 첫 시즌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젠 누구보다 아쉬울 터. 당분간 야구를 할 수 없으니까.
최재원은 손목 부상 탓에 지난 7월 5일 뒤늦게 이적 첫 경기를 뛰었다. 서서히 존재감을 나타냈지만, 28번재 경기 만에 또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그래도 강렬했다. 그리고 기대감을 품게 했다. 또한, 최재원은 삼성 팬에게 ‘굴러온 복덩이였다. 그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잘 하고 있어 그런 것 아닐까. ‘밥값은 하고 있구나 같은 생각 말이다”라면서 그래서 팬들이 더 나를 예뻐하는 것 같다. 감사하다. 그리고 그 표현대로 복덩이가 되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의 진심이다.
최재원의 말대로 아직 늦지 않았다. 잠시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으나, 멀리 가는 길에 잠시 빨간불이 켜진 것일 뿐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며 규정 속도를 준수하고 있을지 모른다.
최재원의 올해 꿈은 이루지 못했으나 내년 꿈, 내후년 꿈이 또 기다리고 있다. 손목 부상도 꿋꿋이 이겨냈다. 더욱 예쁨 받는 복덩이가 되기 위한 작은 시련이길. 그리고 빠른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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