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대우조선 `관리종목 추락` 피했다
입력 2016-08-16 05:01 
대우조선해양이 유가증권시장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금융거래가 끊기는 최악의 사태는 일단 모면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외부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이 상반기(1~6월) 결산보고서에 대한 감사의견을 '의견거절' 대신 '한정'으로 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감사의견과 무관하게 재무상태·내부통제·매출전망 등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주식거래 정지는 적어도 내년 9월까지 1년 이상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대우조선해양이 16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제출할 올 상반기 결산보고서에 대해 내부적으로 '한정' 의견을 내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한정 의견은 감사인이 경영자 와 의견 불일치 등으로 '적정' 의견을 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보다 강도가 센 '의견거절'이나 '부적정' 의견을 낼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할 때 내리는 등급이다. 한정 의견이 떨어지면 시장의 평판이 나빠져 주가나 신용등급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금융기관 대출이나 채권발행 등 자금 조달에서도 일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하지만 업계나 당국에서 거론됐던 '의견거절'이라는 최악의 폭탄은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반기보고서가 의견거절을 받으면 당장 한국거래소 소속부가 관리종목으로 떨어지고, 연간 결산보고서까지 의견거절이나 부적정을 받으면 상장폐지까지 될 수 있다. 회계법인이 사실상 '사형선고'를 내린 셈이어서 대개 법정관리나 청산 절차로 가는 경우가 많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이번 반기 결산까지는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 검찰수사 등 복잡한 변수가 많아 의견거절까지 내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그러나 회사 측의 회계 증빙자료 미제출 등이 계속되면 연말 감사보고서에선 의견거절을 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수사에서 현 경영진도 지난해 결산 때 1200억원대 영업손실을 축소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2015년 결산실적을 확정하지 않으면 올 실적도 유동적일 수밖에 없어 현재로선 어떤 방향이든 결론을 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회사 측은 물론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대우조선 외부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 역시 소송을 앞두고 과거 회계자료 제공에 미온적이라는 점도 한정 의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영업손실이 1000억원대를 웃돌아 1분기 263억원보다 상당 부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지난해 결산 때 잠재손실을 한꺼번에 터는 소위 '빅 배스'를 단행한 덕분에 2014년 1조2140억원, 2015년 2조9372억원처럼 대규모 손실을 염려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결산실적 재수정 여부 등이 변수로 남아 있는 만큼 1~2분기 결산실적 숫자 자체가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분식회계 논란 등으로 지난 7월 15일부터 주식거래가 정지돼 이달 29일까지 거래를 할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의견거절'을 피했다고 해서 당장 8월 30일부터 거래가 재개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회계처리의 적정성 여부는 정상적으로 주식이 거래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 중 일부에 불과하다"며 "좀 더 검토를 해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선 자본잠식 가능성, 횡령·배임 혐의, 향후 매출 불투명성 등 총체적 난국에 처한 대우조선해양은 거래가 재개되기에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는 29일 거래재개가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20일 이내에 기업심사위원회가 열리게 되고 회사는 경영 개선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현재로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소한 1년 정도 개선 기간을 부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김대기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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