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산업용, 일반용(산업용), 농사용 등 용도별 요금 차등제에 대해서도 조만간 구성될 전기요금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에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15일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 판매단가는 kWh당 107.4원으로, 가정용(123.7원)보다 13.2% 저렴하다. 정부는 2004년 이후 10년 간 가정용과 산업용 요금을 각각 11.4%, 76.2% 인상했지만 여전히 산업용 전기요금이 더 싸다. 농사용의 경우 kWh당 47.3원으로, 가정용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국민에게는 징벌적 누진제를 적용해 전기요금을 많이 걷고, 결국 대기업을 지원하는데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게다가 한전은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이보다 훨씬 저렴한 kWh당 50~60원에 공급하고 있다. 한전이 발전회사로부터 전기를 사오는 가격(kWh당 85원)보다도 낮다.
국민은 누진제 요금폭탄이 무서워 밤에 에어컨도 못 켜는 점을 감안하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는 지금 민심은 단순히 전기요금을 내리라는 것이 아니라 가정용과 산업용 간 요금구조의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TF에서 이 부분을 그냥 넘어갈 순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TF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누진제 개편은 논의할 수 있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은 경쟁력 악화 등을 염려해 개편 계획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기업들도 산업용은 가정용과 달리 송·배전 설비 등의 필요 없이 고압 전기를 바로 끌어다 쓰는 구조이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드는 만큼 판매단가도 낮은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산업용·가정용 요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농사용에 대해서도 요금 체계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세 농가에 저렴한 전기를 지원한다는 취지였지만 최근 대규모 기업형 농가까지 혜택을 보거나 아예 가정용 전기를 농사용에서 불법으로 끌어다 쓰는 ‘도전(盜電)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용과 주택용 중 누가 더 요금을 많이 내냐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용도별 요금체계를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주택용은 전체 전기사용량의 13%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주택용 사용이 늘어도 산업용을 조금만 줄이면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다”며 현행 누진제를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싸다고 평가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는 쪽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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