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8월 12일 뉴스초점-국민이 화난 이유
입력 2016-08-12 20:12  | 수정 2016-08-12 20:28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임금님의 은혜가 너무나 커서 갚을 길이 없다는 뜻이지요. 과거, 왕이 상을 내리거나 상소문의 청을 들어줄 때 신하들이 했던 말입니다.

오늘 SNS 등에서 이 말이 유난히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 뜻은 완전히 달랐지요.

지난 한 주, 폭염보다 더 뜨겁게 들끓었던 '전기료 누진제'

정부는 7월부터 9월까지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하기로 했고 결국 2,200만 가구가 요금 감면 혜택을 보게 됐습니다.

하지만 따져보니 몇 십만 원 나오는 전기세에서 고작 몇 만 원 깎아주는 셈이었죠.

이번 조치는 구간별로 누진제 한도를 늘려줬을 뿐, 누진 단계마다 요금이 크게 오르는 건 마찬가지라 국민의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합니다.

때문에 '눈 가리고 아웅이다' '일시적 미봉책일 뿐이다' 등 더 큰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거죠.

또 국민들이 화 난 이유는 뭘까요?
3개월 요금 감면으로 급한 불은 껐을지 모르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지난 40년 간 기업의 전기료 부담을 떠안은 일반 가정에 대한 보상도 없고, 앞으로도 아무런 대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위한 장기 대책을 연구해 나가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한 걸 보면 기대가 되질 않습니다.

사실 전기는 여름에만 많이 쓰는 게 아니죠. 한겨울엔 오히려 없는 이들이 전기 스토브나 전기장판 같은 전기 먹는 하마를 많이 사용합니다.

국민이 화난 이유는 또 있습니다.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 오찬 (어제)
"당과 잘 협의를 해서 조만간에 (전기료 누진제) 방안을 국민에게 발표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제 새누리당 새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대통령이 한 말이었죠.

이번 주 초까지만 해도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대란, 부자감세 등의 이유로 누진제 완화는 안 된다고 했고, 한전의 방만 경영과 각종 비리가 밝혀져도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바로 백기를 든 겁니다. 국민의 여론을 경청하고 정책을 만드는 행정부가, 단 한 사람. 대통령의 입만 보고 있는 거죠.

행정부는 그 누구보다 먼저 국민의 삶을 들여다보고, 국민의 말을 대통령에게 전해야 합니다. 그런 행정부가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고, 대통령에게만 귀를 열어 놓은 거죠. 앞으로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직접 신문고를 쳐야만 답을 얻을 수 있는 걸까요.

누진제 완화 여론이 일자, 산업통상자원부가 한 말이 있습니다.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다"

이쯤하면 누진제 개편에 관한 국민들의 합의는 끝난 것 같은데, 혹시 지금도 대통령의 입만 보고 있는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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