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8월 11일 뉴스초점-여당 대표가 가야할 길
입력 2016-08-11 20:14  | 수정 2016-08-11 20:38
'거위의 꿈'

지치고 좌절에 빠진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 가수 인순이씨의 노래, 거위의 꿈. 새누리당의 새 대표로 선출된 이정현 의원의 핸드폰 벨소리이기도 합니다.

호남 출신으로 영남을 기반으로 한 여당의 당 대표가 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겠죠. 하지만, 대표가 된 바로 다음날의 취임 일성을 들으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이정현 / 새누리당 대표 (어제)
- "대통령과 맞서고, 정부와 맞서는 것이 마치 정의이고, 그게 다인 것처럼 하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 여당 소속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새누리당이나 이정현 대표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얘기일수도 있지만 우려도 나옵니다. 수평적 당청관계가 아닌, '수직적' 당청관계를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관계는 늘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당시 민주자유당 대표는 정권이양 문제로 갈등을 빚었고, 김영삼 대통령도 정권 말기 IMF 사태의 주범이라며 비판한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 대선 후보의 거센 공격을 받았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세 아들과 관련된 권력형 비리로 당 대표는 아니었지만 노무현 후보의 비판을 받아야 했죠.
노무현 대통령 역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에게 탈당을 권유받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전 대표도 마찬가지였죠. 이렇게 지금껏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사이가 좋았던 적은 거의 없습니다.

여당의 여(與)는 '주다, 돕는다'의 의미입니다. 여당은 정부를 지지하는 정당이지, 무조건 따르는 정당이 아니라는 거죠. 잘못된 방향은 바로 잡아주기도 해야합니다. 특히, 불통으로 비판받고 있는 이 정부에선 더 필요한 일입니다.

오늘 아침, 비공개로 진행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언론에 공개할 모두 발언을 준비해온 최고위원들이 있는 걸 보면, 비공개에 대해 미리 '협의'는 없었던 것 같죠. 이정현 대표는 이제부터 당에서 논의된 결과만 공개하겠다는데…. 무슨 지령이라도 받아 모의하듯 회의를 하고 그 결과를 통보하겠다는 걸로 들립니다.

청와대와 국회는 행정부와 입법부로, 엄연히 서로를 견제하는 권력입니다.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이라고 해서 수직적 관계가 맺어진다면 여당은 국민의 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이 될 수 없습니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역대 많은 대통령들은 임기 말 레임덕에 휘말리면서 여당의 요구 등에 따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당을 떠난 경험이 있습니다. 다음 대선까지 1년 4개월. 곧 레임덕이 올 대통령을 위해선 복종이 아닌 수평적 당청관계가 더 필요합니다.

무신불립(無信不立). 공자는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지금 여당 대표가 가져야 할 꿈은 대통령에 대한 보은이 아닌, 국민에 충성하고, 국민의 꿈을 이뤄가는 것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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