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만큼이나 부글부글 끓는 ‘누진제 민심이 크게 악화되면서 결국 주택용 전기료 누진제 개편 절대 불가를 외치던 정부가 한 발 물러나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나서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정부는 우선 지난해 여름 실시했던 누진제 한시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1일 이날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실태와 개선방안 등을 보고했다”며 당정청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되겠지만 여름철에 한해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방안은 없으며 모든 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 오찬하면서 조만간 전기요금과 관련해 좋은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이 일기 시작한 이번 주 초만 하더라도 누진제 완화는 불가하다는 입장이 확고했다. 전기사용을 억제하고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많은 요금을 물리는 것이 국민 정서에 맞다는 논리였다. 정부는 누진제 완화가 ‘부자감세라며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누진제 전면 개편에 대해서도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민들 마저도 전기요금 폭탄 때문에 에어컨을 틀지 못한다는 원성이 터져 나오고, 최대 11.7배에 달하는 징벌적 누진제가 과도하다는 비난이 잇따르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올해 여름철에 한정해 누진제를 완화하는 단기 대책과 함께 누진단계를 기존 6단계에서 3~4단계로 낮추고 누진배율도 최고 11.7배에서 3~4배 수준으로 조정하는 조정하는 장기 대책도 동시에 검토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요금폭탄을 맞는 4~6구간의 높은 누진율을 적용받는 가구 수가 지난해 7월 전체 24.6%에서 8월에는 43.5%로 급증했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닥친 올해는 이 비중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여름철에 저유가로 인한 비용 절감분을 공공요금에 반영하라”는 박 대통령 지시에 따라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한 적이 있다. 전기수요가 많은 7월부터 9월까지 6개의 누진구간 중 4구간 요금(301~400kWh·kWh당 280.6원)을 3구간(201~300kWh·kWh당 187.9원)으로 낮춰줬다.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가구 중 4구간이 27.2%로 가장 많고 지난해 말 기준 도시 4인 가구(547만가구)의 평균 전력소비량도 342kWh로, 이 구간을 조정하면 수혜층이 가장 넓기 때문이다.
누진제 한시적 완화를 통해 지난해 한국전력이 깎아준 전기요금은 모두 1287억원으로, 530만가구가 월 평균 7800원 정도 할인혜택을 받았다.
정부는 다양한 누진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8월과 9월에 지난해와 같은 방식으로 전기요금을 할인해 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올해는 폭염이 20여 년만에 최악이었고, 누진제 비난 여론이 수그러 들지 않으면서 할인구간을 5구간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여권에서 이미 요금이 확정돼 고지를 앞두고 있는 7월 요금에 대해 소급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이 부분이 어떻게 결정될 지 관심사다.
예를 들어 한달 342kWh의 전기를 썼다고 했을 때 보통은 5만3000원가량 전기요금이 나왔지만 지난해 같은 방식으로 누진제 완화가 이뤄진다면 전기요금이 4만6900원 수준으로 6100원(12%) 할인받을 수 있다.
전력사용이 많은 5·6구간 역시 4구간을 꽉 채운 부분에 대해 저렴한 3구간 요금을 적용받음에 따라 전체 전기요금은 내려간다. 5·6구간 이용가구의 경우 기존 4구간 비용이 월 3만1910원에서 2만2640원으로 줄어들어 9270원을 덜 내도 된다. 지난해의 경우 전력 과소비를 막기 위해 601kWh 이상 사용가구는 할인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올해도 이같은 방침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대 전력수요가 3일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11일 오후 3시 기준 최대 전력수요는 8449만㎾로 지난 8일 기록한 종전 최고기록 8370만㎾를 뛰어 넘었다. 이날 예비율은 8.5%(예비력 719만㎾)를 기록했다. 예비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지난 8일 7.1%(예비력 591만㎾) 등 올해 들어 네 번째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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