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당 신임 지도부의 회동은 그야말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곳에서 진행됐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가 적확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분홍색 재킷에 회색 바지 정장 차림으로 여당의 새 지도부를 맞이했다. 상황에 맞게 색깔이 다른 재킷을 입어온 박 대통령의 ‘의복 정치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연분홍색 재킷은 박 대통령이 평소 즐기는 색상으로 포용과 환영을 뜻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박 대통령은 연분홍 재킷 차림으로 공항에 나가 교황을 영접했고, 지난 6월 제20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했을 때도 선택은 같았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지도부와 일일이 악수를 하며 축하 인사를 건넸으며 유상수 청년최고위원에게는 새로운 청년 스타가 되겠다”면서 덕담을 건넸다.
‘박근혜 복심(腹心)이라 불렸던 이 대표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배려는 오찬 메뉴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바닷가재, 훈제연어, 캐비어 샐러드, 송로버섯, 샥스핀 찜, 한우 갈비 등 최고의 메뉴로 코스 요리를 준비하면서도 이 대표가 좋아하는 냉면을 특별히 대접했다. 청와대에서 외빈을 위한 식사 메뉴로는 보기 드문 냉면과 호남 음식 재료로 쓰이는 능성어 요리를 내놓은 것은 박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이 담겼다는 후문이다. 자리는 직사각형의 테이블에 의전 관례에 따라 이 대표가 대통령의 오른편에, 정진석 원내대표가 왼편에 앉았다. 박 대통령의 맞은편에는 당선 순위에 따라 최고위원들이 자리했다.
모두 발언에서도 격이 없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목소리가 작아서 마이크를 쓰겠다”고 말해놓고서는 마이크를 켜지 않자 박 대통령이 마이크 쓰신다면서요”라며 살갑게 챙겼다.
이 대표와 대화를 할 때도 박 대통령은 고개와 몸을 이 대표 쪽으로 돌려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다.
한 참석자는 회동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원종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모신 이후로 이렇게 많이 웃으신 건 처음이라고 했다”면서 (박 대통령) 본인이 분위기를 좋게 이끌기 위해 이야기 많이 하시더라”고 전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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