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박상영 금메달 뒤에 숨겨진 눈물어린 모정…"돈이 없어 기도만"

[리우올림픽] 박상영 금메달 뒤에 숨겨진 눈물어린 모정…"돈이 없어 기도만"



리우올림픽 금빛 찌르기에 성공한 박상영(21)의 뒤엔 두 달 전부터 전국 사찰을 돌며 108배 참배를 드린 어머니와 정성 들여 손편지를 보낸 아버지의 간절한 기도가 숨어있었습니다.

박상영의 모친 최명선 씨는 10일 오전 연합뉴스 전화통화에서 "집안 사정이 안 좋아 (박)상영이를 위해 해줄 게 없었다. 해줄 게 기도밖에 없어 두 달 전부터 108배 기도를 올렸는데, 이렇게 금메달을 따내 감격스럽다"라고 말했습니다.

박상영은 진주제일중학교 2학년 재학 당시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칼을 들었습니다.

최명선 씨는 심하게 반대했습니다.

최 씨는 "(박)상영이는 공부를 잘했습니다.

더욱이 당시 사업이 무너지면서 집안 사정이 어려워졌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박상영은 어머니의 반대에도 펜싱의 꿈을 이어갔습니다.

최 씨는 "매일 (박)상영이가 집에 늦게 들어왔습니다.

무엇을 하는지 알아보려고 몰래 학교를 찾아갔다"라며 "작은 불빛 아래 상영이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훈련을 하고 있더라"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직도 그때 생각을 하면 눈물이 많이 나는데, 상영이가 얼마나 펜싱을 하고 싶어하는지 알게 됐다"라며 "그때부터 상영이를 열렬히 응원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박상영은 펜싱 선수로서 무럭무럭 성장했다. 경남체육고등학교에 진학해 전국에서 손꼽는 검객이 됐습니다.

그러나 최명선 씨는 "아들은 열심히 하는데, 정작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 가슴이 아팠다"라고 회상했습니다.

최 씨는 "비싼 음식 한번 제대로 못 사줬다. 힘든 상황에서도 (박)상영이는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항상 밝은 표정으로 지냈다"라고 말했습니다.

박상영은 한국체육대학교에 진학했고 국내 톱 클래스 펜싱 선수가 됐습니다.

그리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습니다.

사실 올림픽 메달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습니다.

최 씨는 그런 박상영에게 "부담 갖지 말고 몸 건강히 돌아오라"라고 말했습니다.

최 씨는 박상영이 본격적으로 올림픽 대비 훈련을 시작하자, 매일 전국 사찰을 돌며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는 "전국에 유명한 사찰을 찾아 108배를 매일 했다. 처음엔 더운 날씨 탓에 등에서 수돗물을 튼 것처럼 땀이 쏟아지더라"라며 "온몸이 아팠지만, 습관이 들면서 괜찮아졌다"라고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펜싱 선수 박상영 리우올림픽 파이팅'이라는 기도 내용을 매번 기왓장에 적어 올렸다"라며 "전국 유명한 사찰엔 그 기왓장이 하나씩 다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상영의 금메달 소식이 들린 10일에도 최 씨는 진주 인근 사찰에 있었습니다.

그는 "어제저녁 5시부터 기도를 하다가 새벽에 스님들과 함께 경기를 봤다"라면서 "정작 결승전은 너무 무서워서 보지 못했다. 상영이가 금메달을 땄다는 환호 소리를 듣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단체전이 남았는데,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본인의 실력을 모두 쏟아내고 돌아왔으면 좋겠다. 진주에 내려오면 그동안 사주지 못한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박상영을 조용히 응원한 이는 어머니뿐만이 아닙니다.

그의 부친은 지난 3월 슬럼프를 겪고 있던 박상영에게 직접 쓴 손편지를 보냈습니다.

당시 박상영은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버지가 보낸 손편지와 '국가대표 심리학'이라는 책의 사진을 게재하며 "아버지 선물 감사합니다. 자주 전화도 못드리는데 아빠는 제 생각뿐이네요. 잘 읽고 슬럼프 잘 극복할게요.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박상영의 부친은 편지를 통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빠는 너무 마음이 아프다. (박상)영이에게 비바람과 추위를 내리는 것은 거대한 고목이 되게 하기 위함이라 믿는다"라고 전했습니다.

박상영은 아버지의 손편지와 책, '국가대표 심리학'의 내용을 되뇌며 힘든 시기를 이겨냈습니다.

그리고 10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 3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제자 임레(헝가리)를 15-14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그는 마지막 3세트를 9-13으로 뒤진 채 시작했지만 기적 같은 5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극적으로 우승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