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커튼콜] 김연우, 20년만에 덮쳐온 풍랑…팬들 사랑 있기에
입력 2016-08-08 20:35  | 수정 2016-08-08 21:24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1집 발매 당시 IMF가 터졌다. '그대 곁엔 나밖에'를 불렀는데, 축축 처지는 노래라서 방송을 서너 번 하고 활동을 접었다. 인생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걸 28세에 느꼈다."
가수 김연우(본명 김학철·45)은 1995년 제7회 유재하 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뒤 이듬해 토이 정규 2집 객원보컬로 참여했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그는 지난 6일 서울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단독콘서트에서 힘겨웠던 데뷔 당시를 떠올렸다.
김연우는 지난해 12월 천안에서 열린 콘서트를 하던 중 성대 이상 증세로 공연을 돌연 취소했다. 높은 음역이 갑자기 올라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날 데뷔 20주년 콘서트 '땡큐(Thank You)'는 김연우가 완쾌한 뒤 처음 무대에 오르는 자리였다. 신인 시절 느꼈던 위기가 데뷔 20주년을 앞두고 다시 그를 덮쳤다.
김연우는 천안 콘서트에서 콘서트 중 발길을 돌려야 했던 2천여 관객을 무료로 초대했고, 이들에게 자신의 건강 상태를 뽐내듯이 쉼 없이 노래했다. 미발표곡 '앤써 미(Answer Me)'로 시작해 '연인' '그대라서'와 대표곡 '이별택시'를 소화했고,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에서는 직접 통기타 연주를 곁들였다.
그룹 샤이니 온유는 깜짝 등장해 김연우와 샤이니 세 번째 미니앨범 수록곡 '내가 사랑했던 이름'을 열창했다. 김연우가 끌고 온유가 받아치가다도 이들은 다시 그 역할을 바꾸면서 가수 선후배의 돈독한 무대를 전했다.
온유는 무대를 끝낸 뒤 "제가 8살 때 김연우 선배님이 데뷔하셨다. 함께 무대에 올라 영광이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활동하셨으면 한다"며 "김연우 선배님처럼 20년 활동하고 싶다. 샤이니가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앞두고 있어 사전 답사를 나왔다"고 말했다.

김연우는 고(故) 김광석의 노래이자 그가 MBC '나는 가수다2'에서 선보였던 '사랑했지만'으로 담담한 감성과 시원하게 내뽑는 가창력을 동시에 전했다. 그는 '가장 존경하는 가수 중 한 명'이라고 한 스티비 원더의 메들리를 열창한 뒤에는 "처음 연습할 때는 한 번만에 목이 쉬었다"고 했다.
초대 가수로 출연한 성시경은 김연우 못지않은 박수를 받았다. 성시경은 "무대는 오랜 만이다. 김연우에게 진 빚이 많아서 항상 갚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김연우가 콘서트를 취소한 소식을 듣고 짠했다. 이제는 목이 다 나아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예능과 음악 프로그램에서 틈틈이 의외의 춤 실력을 공개했던 김연우는 이 자리에서도 팬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마이클 잭슨 '댄저러스(Dangerous)', 트와이스 '치어 업(Cheer Up)', 아이오아이 '픽 미(Pick Me)'로 아이돌 그룹에 뒤지지 않은 댄스를 무대 위에 올렸다.
토이에서 함께 활동했던 유희열은 김연우의 데뷔 20주년 콘서트에 방점을 찍었다. '감성변태'라는 자막이 담긴 영상에 이어 무대 아래에서 등장한 유희열은 "김연우는 나에게 은인과 같은 분이다. 20년이 지났다. 토이는 김연우의 음악과 저의 외모로 활동한 팀이다"며 "여기 오신 분들은 음악 하나만 보고 오신 것이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능숙한 말솜씨로 대화를 주고받던 두 사람은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마이크를 잡으며 '여전히 아름다운지' '그럴 때마다'로 20년 전으로 돌아갔다. 유희열은 "김연우는 나와 함께할 때 멋있다. 연우는 내가 잘 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김연우는 20년 동안 남자 솔로 가수로 굳건한 자리를 지켰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그는 '감사하다'는 의미가 담긴 '땡큐'로 콘서트 이름을 지었다. '성대 이상'이라는 가수 인생의 큰 파도를 또 한 번 넘어온 그가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을 향한 인사였고, 향후 활동에 향한 다짐이었다.

in999@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