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새누리 전당대회 사전투표소 가보니 "집안싸움 이제 그만"
입력 2016-08-07 18:10 

7일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 당원선거인단 및 청년선거인단 사전투표가 전국에서 시행된 가운데 유권자들은 일제히 이제는 계파를 떠나 당이 하나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오전 서울 강남·서초 투표소와 노원·광진 투표소는 한산한 분위기였지만 당내 계파 갈등을 비판하는 유권자들의 쓴소리는 매서웠다. 서초구청 투표소에서 기자와 만난 이명희(65)씨는 당의 통합을 위해서 싸우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원 투표소인 노원구청 지하1층에서 만난 김승태(59)씨도 집안에서 싸우는게 문제”라며 안에서 싸우니 야당과의 대결도 제대로 되겠냐”고 꼬집었다.
이날 사전투표는 전국 시·군·구 252개 투표소에서 열렸으며 사전투표 유권자수는 전체 선거인단 약 34만여명 중 전당대회 날인 9일 현장서 투표하는 대의원을 제외한 33만7375명이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투표자수는 5만1518명으로 투표율은 15.3%를 기록했다. 여당 텃밭인 경북이 투표율 23.1%로 가장 높았고 제주가 10.7%로 가장 낮았다.
일반국민 여론조사는 전국 성인 유권자 3000명을 대상으로 이날부터 이틀간 진행되며 유선전화 20%, 무선전화 80% 비율로 이뤄진다. 전체 투표 결과는 당원투표 7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결정한다.

유권자들은 당내 갈등을 통합할 수 있는 리더십이 있는 당 대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서초 투표소에서 만난 김성민(27)씨는 당대표 맡아 소신있게 발언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투표소를 찾은 박종근(38)씨도 친박, 비박 모두 믿지 않는다”며 정말 나라를 위해 순수하게 일할 사람을 원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30대 후반 남성 유권자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거일 직전 단행된 비박계의 단일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광진구 투표소인 광진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만난 이한식(64)씨는 여론조사해서 단일화 했다는거 자체가 또 다른 계파 갈등 부추기는 것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원 투표소에 만난 이승철(69)씨는 비박계든 친박계든 최종적으로는 당원, 국민들에게 심판받는 것”이라며 뭉쳐도 시원치 않은데 단일화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특정 계파를 지지해달라는 ‘오더 문자 논란으로 이날 오전 후보들은 15분 간격으로 잇달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며 네거티브전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모양새였다.
이주영 의원은 총선을 망친 책임자들이 허수아비 당 대표를 만들자고 전화와 문자로 오더 투표를 내리고 있다”면서 분열과 패권 망령이 되살아나서 당을 쪼개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온 몸으로 모든 것을 걸고 부당함에 맞서 오더정치와 반혁신 단일화의 벽을 반드시 넘겠다”면서 양심적 투표가 새누리당과 대한민국 정치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호소했다.
한선교 의원도 ‘오더 정치로 인한 불복 기류가 조성될 수 있는 만큼 잡상인들은 빠져달라”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한 의원은 지금 불법을 획책하고 있는 양 계파에 부탁을 하고 싶다”며 여러분들이 망친 당을 전대를 통해 새롭게 만드려 하는데 또 다시 구태를 보여줘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누리당이 안정적으로 가려면 우리가 (전대 결과에) 승복해야 하는데 도가 지나칠 경우 누가 되든 승복을 안하는 세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류 친박 후보로 꼽히는 이정현 의원은 조직과 자금에 의존하지 않는 선거를 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다른 후보와의 차별화에 집중했다. 이 의원은 돈 쓰지 않고 빚 안 지고, 사람 빚도 안 지면서 여기까지 잘 굴러 왔다”면서 법을 지키면서도 (당선)되더라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비박계에서는 특정 후보 지원을 촉구하는 문자에 대해 당의 선관위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병국·김용태 의원과 단일화에 성공한 주호영 의원은 저희 쪽 출마 후보들이 돌린 것은 전혀 없다”면서 당 선관위 규정에 따르면 의원이나 당협 위원장의 직접적인 지지의사는 금지하고 있는 반면 그 외의 분이 한 것은 전혀 규정에 위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주 의원은 사멸할 듯했던 친박 패권주의가 다시 살아나려 하고 있다”고 역공세를 취했다.
유권자들은 ‘오더투표와 같은 행태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노원 투표소에서 만난 박승철(59)씨는 특정후보를 배후에서 찍으라 마라 조종하는 일은 있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광진 투표소에서 만난 이한식씨도 발본색원에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당대회에 새로 도입된 청년 최고위원에 대해선 반응이 엇갈렸다. 서초 투표소에서 만난 박종근(38)씨는 청년 최고위원은 아무래도 당내 힘과 기반이 없으니 들러리 아니겠나”며 사실 누군지도 모르겠고 뽑을 사람도 없어 기권했다”고 밝혔다. 강남 투표소의 조태석(35)씨는 청년 후보는 처음 본다”며 좋은 시도라 생각하고, 자기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노원 투표소의 50대 여성 유권자 서 모씨는 새누리당에서는 청년들이 잘 활동하지 않아 당이 청년에게 인기가 없다”며 할 말은 하고 청년들을 잘 대변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당대회에 처음 도입된 ‘터치스크린 투표에 대해서는 호평 일색이었다. 특히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들의 반응이 좋았다. 노원 투표소의 김일봉(78)씨는 간편해서 좋았다”며 나이먹은 사람들은 다소 생소할 수 있는데 어렵지 않아 별 도움없이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90대 할머니도 전자투표 잘하고 가셨다”며 사람들이 전자투표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지만 우리 쪽에선 전자 투표가 더 확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안병준 기자 / 최현재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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