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용기에서 치킨을?" 도널드 트럼프 어설픈 서민흉내에 '역풍'
입력 2016-08-06 10:31 
사진=트럼프 트위터 캡처
"전용기에서 치킨을?" 도널드 트럼프 어설픈 서민흉내에 '역풍'

'서민 음식'을 먹으며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하려다 부적절한 식사법으로 오히려 역풍을 맞은 유명 정치인들이 더러 있습니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2일(현지시간) 자신의 전용기에서 치킨을 먹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신세가 됐습니다.

사진에는 KFC 치킨이 담긴 통과 접시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고 식사를 앞둔 트럼프가 환하게 웃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식사 직전의 모습을 담은 평범한 사진이었지만 트럼프 손에 들린 은색 포크와 칼이 문제였습니다.


치킨을 썰어 포크로 먹는 게 아니라 손으로 뜯어먹는 게 익숙한 대중들 눈에는 사진 속 트럼프 모습은 부자연스러움 그 자체였습니다.

당장 소셜미디어상에는 어설픈 '서민흉내'를 내려 했다며 트럼프를 조롱하는 글들이 잇따랐습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트위터에 "트럼프 측근 : 유권자 속으로 들어가 표심을 호소해 보세요 / 트럼프 : KEC 치킨을 먹을게 / 측근 : 좋네요 / 트럼프 : 내 전용기에서 나이프와 포크를 이용해야겠군"이란 가상 대화 글을 올리며 조롱했습니다.

아이디 '칸에밀리'(CahnEmily)를 쓰는 트위터 이용자는 "전용기에서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KFC를 먹다니 진정한 서민의 남자"라고 비꼬았습니다.

트럼프가 음식 때문에 구설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는 공화당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 5월 5일 히스패닉 표심을 공략하려고 멕시코 대중 음식인 타코 볼을 먹는 사진을 "난 히스패닉을 사랑해요"라는 말과 함께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경선 내내 멕시코 이민자를 성폭행범으로 몰아붙이며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는 막말도 서슴지 않은 트럼프가 표심을 위해 돌변한 모습에 냉소가 쏟아졌습니다.

당시 경선 경쟁자였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럼프 타코 볼 사진'을 두고 "마치 수박을 먹고 흑인을 사랑한다는 말과 같다"며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흑인이 수박을 유독 좋아한다는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선입견에 빗대 트럼프의 행동을 꼬집은 말이었습니다.

올해 공화당 경선에 나섰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도 경선 과정에서 피자를 포크로 먹는 사진이 공개돼 곤욕을 치렀습니다.

케이식은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피자가 델 정도로 뜨거워 작은 포크를 사용했다"며 해명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2014년엔 뉴욕시장 빌 더블라지오가 포크로 피자를 먹다가 구설에 오른 바 있습니다.

영국에선 지난해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핫도그 칼질'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캐머런은 작년 4월 영국 남부 풀에서 열린 가든 바비큐 파티에서 핫도그를 포크와 칼을 이용해 먹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혀 여론의 조롱 대상이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손으로 들고 먹는 음식인 핫도그를 스테이크처럼 '우아하게' 썰어 먹는 장면에 실소를 금치 못한 시민이 많았습니다.

핫도그 먹는 방식을 둘러싼 영국 고위층의 해프닝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조지 6세 영국 국왕이 1939년 미국을 찾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을 만났을 때 조지 6세는 손으로 핫도그를 먹었지만 엘리자베스 왕비는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해 대비를 이뤘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MBN APP 다운로드